'장덕현 매직'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 9개월 만에 1년치 팔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일 부산 강서구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열린 서버용 FCBGA의 첫 출하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시황에 따라 1년 농사가 좌우된다는 말은 옛말이 돼가고 있죠."


삼성전기 (142,900원 ▼3,800 -2.59%)가 올해 9개월간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지난해 연간 매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 취임 1년차를 맞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이끌어온 체질 개선이 빠르게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사장은 부임 직후 패키지 기판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1조608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한 해에 걸쳐 기록한 연간 매출(1조6792억원)에 소폭 낮은 규모다. 올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55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비중과 주요 제품 점유율, 투자 규모도 유의미한 기록을 보인다. 삼성전기 전체 매출에서 패키지솔루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36%에서 올해 1~3분기 21.57%로 상승했다. 모바일 AP, 모바일용 메모리 칩 등에 적용되는 소형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BGA(볼그리드어레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9%에서 2020년 25%, 2021년 26%, 2022년 3분기 29%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설투자를 보면 삼성전기는 올 3분기까지 총 8333억원의 비용을 집행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4359억원(52.3%)가 패키지솔루션 사업에 썼다.


아직 집행되지 않은 투자 계획을 보면 금액은 한껏 늘어난다. 특히 장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이후로 삼성전기가 패키지 기판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총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장 사장은 "패키지 기판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고 언급하거나 모든 시스템이 기판에 통합된다는 'SoS'(시스템 온 서브스트레이트)란 신조어를 만드는 등 방법으로 패키지 기판 사업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지난6월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최고경영진-준법위 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업계에선 삼성전기가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개선을 이루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삼성전기는 그간 PLP(패널레벨패키지)와 HDI(스마트폰메인기판),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등을 차례로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하이엔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판과 5G(세대) mmWave(밀리미터파) 안테나용, 노트PC 박판 CPU(중앙처리장치)용 기판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매출과 수익성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8일에는 국내 최초로 부산사업장에서 서버용 FC-BGA 양산에 돌입했다. 서버용 FC-BGA는 고성능·고용량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이다.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 시장 확대로 서버용 FC-BGA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기술 수준이 워낙 높아 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일본(이비덴·신코덴키)과 대만(유니마이크론·난야) 등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에 삼성전기가 새롭게 가세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기의 서버용 FC-BGA는 명함 크기만한 기판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미세한 6만개 이상의 단자를 구현해냈다. 1㎜(밀리미터) 이하 얇은 기판에 수동 소자를 내장하는 수동부품내장 기술(EPS)로 전력소모도 50%로 절감할 수 있다. 기술 구현 난도와 관련 시장 성장성이 높은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출하식을 찾아 힘을 실었다. 삼성전기는 2023년까지 서버용 FC-BGA 생산량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질적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고 카메라 모듈 사업도 플래그십 모델의 고성능 부품 탑재와 전장용 고신뢰성 카메라 모듈 공급 확대로 고부가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그간 MLCC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내부에서도 고무적인 반응"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