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대신 배달음식…"학생 30% 과체중" 확찐자 부른 코로나

초등학교 1-2학년의 등교개학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COVID-19)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된데 이어 건강한 성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식습관과 생활습관 전반이 무너지면서 학생 5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조사되는 등 과체중·비만 비율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당국은 비만예방 프로그램 개발해 학교현장에 보급하는 등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15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학생 비만비율이 19.0%였다. 15.1%였던 2019년과 비교해 2년 만에 3.9%포인트(p) 증가했다. 과체중 학생 비율도 11.8%로 2019년(10.7%)보다 1.1%p 늘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경우 2019년 48.8㎏이었던 평균 몸무게가 52.1㎏으로 3.3㎏이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는 전국에서 뽑은 초·중·고등학교 1023개교 학생들의 건강 실태를 종합한 통계다. 9만7787명의 신체발달 상황과 9만3970명에 대한 건강조사 결과, 3만1697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2020년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검사가 유예된 후 2년 만에 발표됐단 점에서 올해 통계는 코로나가 학생 건강·신체성장에 미친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급식 대신 배달음식…학생들도 '확찐자'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수도권 모든 학교가 전면등교를 중단하고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기 시작한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위중학교에서 2학년 과학수업이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1.12.20/뉴스1

실제로 올해 두드러진 학생 비만율 증가는 코로나19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 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등교 대신 집에서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등 학생들의 활동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체육활동과 관련한 시설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운동이 부족했던 게 비만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량은 줄어든 반면 칼로리 섭취는 늘어난 탓에 비만·과체중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배달음식과 음료 등 당 섭취가 급증하는 등 영양 불균형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맞벌이라 재택근무가 아닌 날엔 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있다"며 "아무래도 배달음식에 의존할 때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계를 봐도 학생들의 '주1회 이상 패스트푸드(햄버거·피자·튀김) 섭취율'은 높아졌지만 '채소 매일 섭취율'은 낮아졌다. 특히 초등학생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초등학교의 경우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74.36%로 2019년 대비 5.77%p 늘었다. 중학교(1.28%p↑)와 고등학교(0.83%p↑)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 중·고등학교 3학년보다 초등학교 6학년 비만율이 크게 늘어난 배경이다.
학력격차에 건강 불평등까지코로나19에 따른 학생 비만율 증가는 건강 불평등까지 드러냈다. 읍·면 지역의 학생 이상 체중비율이 도시지역 학생 비율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역별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한 이상체중 비율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의 경우 도시지역은 30.6%이었지만, 읍·면 지역은 34.8%로 4.2%p 높았다.


서울 등 도시지역과 비교해 읍·면 지역이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다소 취약한 만큼, 운동·영양섭취에서도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다. 지난해 안문배 가톨릭대 교수팀도 코로나19로 어린이들의 비만이 증가했는데, 저소득층에서 심각성이 더욱 큰 것으로 진단했다. 안 교수는 "소득층 가정 아이들은 그나마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급식 이용 횟수가 줄어 상황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학력격차에 이어 건강 불평등까지 낳은 셈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로 불리는 수학 기초미달 비율이 크게 높았는데, 여기서도 도농·소득 격차가 고스란히 나타난 바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중학생 수학 과목 미달자 비율은 대도시가 9.6%에 그친 반면 읍·면 지역은 16.4%로 훨씬 컸다.
교육당국 '확찐자 줄이기' 추진학생 비만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교육당국도 국가차원의 비만 관리체계를 구축해 비만예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비만 증가원인 분석 △비만 예방교육 효과성 진단 등을 통해 비만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 새 학기에 맞춰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건강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는데, 내년 8월까지 정책연구와 의견수렴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들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과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학생건강증진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