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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카타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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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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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대표
이윤학 대표
며칠 후면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정식 명칭인 이번 대회는 역사상 최초로 중동 아랍지역에서 열리는 대회다. 그런데 카타르와 한국 금융시장은 묘한 악연이 있다. 2018년 여름이 한창이던 8월 미국과 터키(현 튀르키예)의 외교·무역분쟁이 엉뚱하게도 한국에 불똥이 튀는데 카타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역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터키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올렸다. 이런 보복조치로 촉발된 리라화 폭락은 그해 연초 이후 8월까지 45%나 진행됐다. 문제는 뜬금없이 카타르에서 터졌다. 터키와 동맹관계가 깊은 카타르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즉 2차 제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 금융시장에서 저금리 시대에 맞는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상품은 해외은행의 예금담보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였다. 이중 카타르국립은행(QNB)의 ABCP는 수익률이 연 2.4%로 당시 우리나라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나 높았고 신용도도 우수해 MMF(머니마켓펀드)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그해 8월 국내 카타르국립은행 ABCP가 10조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카타르국립은행이 터키에 투자한 익스포저가 15%나 된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결국 국내 MMF시장에서 펀드런(자금 인출사태)이 일어났고 125조원이던 MMF잔고는 그해 연말 89조원으로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사실 카타르국립은행의 신용도는 웬만한 국가의 신용도보다 높고 지급여력이 충분했지만 직접 관련이 없는 옆 나라에서 벌어진 무역전쟁 때문에 당사자도 아닌 한국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얼마전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사업주체가 발행한 ABCP에 대한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린다. 믿었던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채권이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면서 CP 금리가 3~4% 수준에서 7% 이상으로 상승하고 기업들의 차환발행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채권발행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시장 참여자의 작은 행동 하나가 신용을 담보로 한 금융시장의 근간을 흔든 것이다. 여기에 국내 한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국물과 관련한 국내외 채권시장이 요동친다. 물론 영구채의 콜옵션 미행사는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아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선 암묵적으로 채권발행사가 콜옵션을 당연히 행사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투자자가 매수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만기가 있는 채권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국물 영구채 가격이 급락하고 외화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이미 몇몇 금융회사는 해외채권발행을 철회하거나 높은 금리로 나빠진 조건 때문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은 민감하다. 특히 믿음, 신뢰를 전제한 금융시장은 더욱 그렇다. 예상치도 못한 이웃기업, 이웃나라의 상황변화가 우리에겐 큰 태풍이 될지도 모른다.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4년 전의 그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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