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부진 속 월드컵 앞둔 황의조... 벤투호가 기대하는 반전 드라마 [★도하]

한국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첫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벤투호 출범 이후 가장 걱정이 없었던 포지션 중 하나는 최전방 공격수였다. 4년 전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 데뷔전부터 4년 간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가 원톱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넣은 골만 15골, 그의 A매치 득점 기록 16골(49경기) 대부분이 벤투호에서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약 4년간 굳건했던 그의 입지는 돌연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를 떠나 잉글랜드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한 뒤,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로 임대 이적한 게 화근이 됐다. 이번 시즌 황의조의 기록은 리그 5경기,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6경기 등 11경기 무득점. 올림피아코스가 임대 계약을 조기에 해지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상 방출설까지 돌 정도의 부진이다.


소속팀이 같은 황인범(26)보다 먼저 카타르 도하에 입국한 것도 황의조 입장에선 씁쓸한 상황이었다. 소속팀 리그 경기 엔트리에서 계속 제외되면서 차라리 대표팀 조기 합류를 택한 것이다. 이같은 황의조의 상황은 자연스레 벤투 감독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가장 고민이 적었던 포지션이, 월드컵 직전 가장 큰 고민의 대상이 된 셈이다.

그러나 황의조를 향한 동료들의 신뢰는 굳건하기만 하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황의조 스스로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벤투호가 그리는 황의조의 반전 드라마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대표팀 황인범이 15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황의조를 지켜보고 있는 황인범은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월드컵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황)의조 형은 그동안 여러 의구심이 들 때마다 힘든 상황을 잘 이겨냈다"며 "누가 뭐래도 월드컵까지 오는 과정, 또 아시안게임에서도 많은 걸 안겨줬던 선수"라고 말했다. 소속팀 보르도에서의 부진이나 아시안게임 차출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보란 듯이 이겨냈던 선수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가까이에서 봤을 때 컨디션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예상했던 (팀 내) 상황과는 거리가 있지만, 분명히 경험이 있는 형"이라며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장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좋은 그림을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의조과 대표팀 원톱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조규성(24·전북현대) 역시도 지난 아이슬란드전을 마친 뒤 "대표팀에 오면 최고의 공격수라고 생각한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황)의조 형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선수다. 못해서 부진한 게 아니라는 걸 모든 선수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조도 묵묵히 이를 갈고 있다. 씁쓸한 상황이 바탕이 깔려있긴 하지만, 유럽파 중 가장 먼저 도하에 입성해 가장 적극적으로 월드컵 대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는 "컨디션은 좋다. 월드컵을 위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했다"며 "정신적, 컨디션 모두 최고가 될 수 있게 준비를 많이 했다. 최대한 100%의 컨디션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