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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가는 증권사의 꽃,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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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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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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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반준환 증권부 차장
반준환 증권부 차장
한 때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가 애널리스트였다.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며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전문가로 부러움을 샀다. 수습격인 RA(리서치어시스던트)를 거쳐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면 최소 1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중견은 3억원, 스타급 애널리스트가 되면 5억원 이상도 쉬웠다. 당시 증권사 대졸신입 초봉은 4000만원 정도.

스타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 위해 10억원 넘는 사이닝 보너스가 지급됐다. 의사, 변호사가 독식하던 신랑감 1순위 자리에 애널리스트가 올랐다. 당연히 리서치센터 입사 대기표가 줄을 이었는데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증권사에 입사하는 이들이 상당했다. 해외유학파나 대기업 기획, 재무실 출신들이 대거 애널리스트가 됐다.

애널리스트 전성시대가 절정으로 치달은 것은 2007년. 10대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가 330명에 달했고 예비 애널리스트인 RA만 100명이 넘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신한투자증권) 등 주요사들은 애널리스트와 RA 비율이 1:1에 달했다. 자산운용사 인하우스 리서치까지 포함하면 최소 500명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전성시대가 끝난다. 증권사들은 적자해소를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리서치센터가 타깃이 됐다. 처음에는 연봉이, 다음에는 인력이 조정됐다. 위축된 리서치센터는 이후 호황의 부메랑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금융상품 개발과 부동산 투자로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IB(투자은행) 직원들이 생기자 우수한 애널리스트들이 다수 빠져나갔다. 최근 수년간 IB와 벤처캐피탈, 전업투자자로 회사를 떠난 이들이 숱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애널리스트 지원없이 돈을 버는 부서가 늘어나자 결국 리서치센터는 '무수익 고비용 부서'라는 꼬리표가 달려버렸다. 대형사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소형사들은 찬밥 신세가 된 리서치센터 전체 인건비를 수년째 동결해 자연스럽게 감원하거나 영업부서 휘하에 리서치센터를 두고 인사권까지 넘겨 버렸다. 다시 증권사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리서치가 또 다시 수난을 맞았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리서치센터가 해체된지 오래고 적자가 커지고 있는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법인·리서치조직 폐쇄를 공지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증권사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적자기로에 선 증권사들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리서치센터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리서치가 없는 증권사는 단순히 주식이나 채권을 중개하는 회사다. 수수료만 챙길 뿐 고객의 자산관리에 필요한 책임감과 전문성, 조언능력을 담보할 수 없다. 사설 리딩방과 다를 것이 없다.

투자정보 제공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생각할 것들이 많다. 증권사는 시중자금을 기업과 벤처, 스타트업에 연결하는 돈맥역할을 한다. 정부가 예금보호 대상이 아닌 증권사들의 위기 때 마다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유다. 시장에서 받는 혜택과 지원을 생각하면 리서치센터 감축을 외치는 증권사 경영진들의 판단은 너무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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