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감전·양팔 절단→'발가락 필기'로 박사학위, 유재석도 뭉클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고압 전류에 감전돼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었지만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은 '만학도' 이범식씨가 근황을 공개했다.

이씨는 지난 1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올 초 교수가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늦게 공부를 시작한 배경으로 불운의 사고를 떠올렸다.

그는 "밖에 나가면 전신주가 있지 않냐. 제일 위에 있는 전선에 2만2900볼트가 지나간다. 일반 가정용 전기의 100배다. 전기 공사를 하다 감전돼 2주간 사경을 헤맸다. 깨어나니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더라. 당시 내 나이가 22살이었다. 참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구엔 눈이 잘 안 오는데 병실에 누워 밖을 보니 눈이 내렸다. 떨어지자마자 흔적도 없이 다 사라지더라. 그런데 새벽에 환해서 눈을 떠보니 그사이 눈이 더 내려 바깥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씨는 이후 왼발로 젓가락질, 글씨, 타자 등을 차근차근 연습했다고 한다. 잠시 회사에 취업했지만, 비장애인과 경쟁에서 밀려 결국 정리 해고당하기도 했다.

47세에 만학도가 된 것은 아내의 도움 덕분이다. 아내는 필요한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대줬고, 그 결과 이씨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씨는 공부 6년 만인 지난해 2월 대구대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올 초 문경대학교 재활복지상담학과 겸임 교수로 임용됐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도 없이 등교해야 했다.

이씨는 "승강장 자체가 굉장히 미끄럽다. (손이 없어) 조금 삐끗하면 큰일 난다. 목숨 걸고 다녔다"며 "학교에 가서는 필기를 해야 하니까 맨 앞에 앉아 왼발로 책에 줄도 긋고 필기도 했다. 일반 학생의 2~3배 열심히 했다고 하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아내를 보면 항상 미안하다. 저를 만나 여태까지 고생만 했다"며 "여보 당신이 있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