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책수가' 첫 발...어린이 전문병원 적자 정부가 보존

정부가 어린이 전문병원에 공공정책수가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공공정책수가 도입의 첫 사례가 된다.

어린이 전문병원은 대표적인 필수의료 제공 기관인데 출생률 감소로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같은 수술을 해도 어린이는 성인보다 의료자원이 더 많이 필요하고 시간은 더 오래 걸리는데 중증 진료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의료 보험 수가 구조상 만성 적자다. 이를 고려해 어린이전문병원의 의료 행위로 인해 발생한 적자의 80~100%를 정부가 보전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어린이 전문병원의 연간 회계자료를 평가해 의료 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한 손실의 보전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부터 오는 12월15일까지 '어린이 공공 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오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3년간 시행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공공정책수가를 명확히 할 첫 사례"라며 "어린이병원은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입원료, 수가를 올렸는데도 적자가 난다. 매년 평가를 거쳐 의료 분야 적자의 80~100%까지 정부가 보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대상 기관은 2020년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된 기관 10곳 중 참여를 희망하는 곳이다. 지정 기관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충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강원대병원이다.


이들 병원은 만성 적자 상태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 어린이 전문병원인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2019년 기준 적자가 135억원이 발생했다. 10개 전문병원을 합하면 10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서 이전보다 큰 폭으로 어린이 전문병원의 적자를 보전한다. 지불제도를 기존 행위별 수가에서 사후보상 방식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어린이 전문병원은 진료량을 기반으로 설계된 행위별 지불제도가 적용된다. 이는 진료횟수나 진료량에 따라 진료비가 매겨지는 방식인데,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어린이 전문병원은 진료 대상인 환자 수가 적고 성인보다 위험도가 높은 반면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는 낮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환자가 입원할 때 1일당 입원료 외 4만4000원~5만7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일부 행위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각 기관은 특화시킬 분야를 마련한다. 선정된 기관은 단기입원, 재택의료서비스, 소아 호스피스 등 중점사업을 선택해 수행해야 한다. 이후 복지부는 매년 각 기관의 회계자료를 분석해 인력 확보 수준, 중증 소아 진료 성과, 사업계획 이행 여부 등을 평가한다.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손실로 인정되는 부분을 최대한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공정책수가 도입의 첫 사례다. 앞서 정부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수의료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공정책수가를 내세웠다. 응급, 외상, 분만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필수의료에 정책적 지원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전 정부에서 시행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을 남용하면서 건보 재정이 악화됐다고 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 케어와 달리 우선순위를 매겨 필수의료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시범사업은 건강보험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공공정책수가의 취지의 일환이다"라며 "국민이 필요한 때 어디서든 중증 소아질환 치료를 적절히 제공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돼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