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제, 망가지기 시작했다…2분기 이어 3분기도 GDP 역성장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개월 만에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 왔다. 사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고 있는 한 가족. /ⓒAFP=뉴스1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줄어들면서 공식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시작된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러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연방통계청은 올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GDP 성장률은 앞서 2분기에도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역성장을 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GDP가 2개 분기 연속 줄어들면 해당국 경기가 '침체기(recession)'에 돌입했다고 본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현금을 인출하려는 러시아인들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뉴스1

특히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대러 제재로 위축된 도매업과 소매업이다. 러시아의 도매업과 소매업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9.1% 줄어 GDP 역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러 제재 속에 핵심부품과 기술 수입이 차단돼 제조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부분동원령으로 청년층이 대거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면서 산업 현장에선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경제매체인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러시아 기업 5800곳 중 3분의 1 이상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시행된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다만 러시아가 전방위 대러 제재를 비교적 잘 버텨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GDP가 지난해 대비 3.5%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3.4~4.5% 수준 침체를 점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급격한 추락을 맞을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러시아 경제가 비교적 선방하는 배경에는 석유·천연가스 등 가격 오름세가 있다. 중국·인도 등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꾸준히 수입하면서 경기침체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었다는 풀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가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