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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노조 태업에 극단선택한 택배점주...아내는 '스티커붙이기' 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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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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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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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허리 안 아픈 곳 없어..."일해야죠, 엄마니까"
조합원들은 집행유예, 벌금형..."나같은 피해자 없었으면"

박서진씨(41)의 일곱살 막내아들은 유치원에 가기 전 꼭 거실에 들른다. 거실에는 지난해 8월 택배노조의 '갑질'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영훈씨(사망 당시 40)의 사진이 있다. 박씨는 이씨의 아내다. 아들은 사진을 향해 손 흔들고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한다. 박씨는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씨가 숨질 당시 집에는 A4 용지 2장 분량 유서가 있었다. 유서에는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을 처음 경험해봤다"며 "태업을 끝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다"고 적혀 있었다.

이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했다. 택배기사로 일하며 돈을 조금씩 모아 10여년 전 차린 회사였다. 대리점 택배기사는 17명이었다. 이중 12명은 지난해 5월 노동조합 '김포지회'를 만들고 같은 달 태업에 돌입했다. "배송비 책정이 잘못됐다"며 휴지, 생수처럼 크거나 무거운 이른바 '똥짐' 배송을 거부했다. 기계로 택배 상자의 무게를 재고 배송비를 수정할 수도 있었다. 노조원들은 그러지 않았다.

비노조원 김용수씨(가명)는 "이씨는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계절마다 회식을 했는데 이씨는 항상 직원 가족들을 초대했다. 이씨는 1만원 지폐를 20~30장씩 챙겨 다니다가 직원 자녀를 만나면 용돈을 줬다. 김씨는 "부모 입장에선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했다.

지난해 6월말 숨진 이씨가 운영하는 택시대리점 컨베이어 밸트에 택배 박스가 쌓여있다. 아침이면 택배가 천정까지 쌓여있었다고 한다. 점주인 이씨와 아내 박씨, 비노조원 6명은 5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3달 동안 매일 밤 10~11시까지 남아 이렇게 쌓인 짐을 처리해야 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해 6월말 숨진 이씨가 운영하는 택시대리점 컨베이어 밸트에 택배 박스가 쌓여있다. 아침이면 택배가 천정까지 쌓여있었다고 한다. 점주인 이씨와 아내 박씨, 비노조원 6명은 5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3달 동안 매일 밤 10~11시까지 남아 이렇게 쌓인 짐을 처리해야 했다. /사진=독자 제공.
태업 전에 이씨와 택배기사들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김포 지역의 한 택배대리점장은 "노조원 중에는 이씨와 축구, 골프 등 운동을 다닌 기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이 배송 거부한 택배는 이씨가 떠맡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택배대리점은 CJ대한통운에게서 '배송 구역'을 위탁받아 운영된다. 배송이 안 이뤄지면 위약금을 내거나 배송 구역을 박탈당할 수 있다.

대리점에 '똥짐'은 3~4m 높이로 쌓였다. 처음에 이씨는 혼자 똥짐을 배송했다. 그러다 나중에 아내 박씨가 거들었고 비노조원 6명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배송은 새벽 1~2시쯤 끝났다. 다음 날 아침 똥짐은 다시 쌓였다. 이씨와 박씨는 휴일, 주말 없이 일했다. 비노조원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고 "노조원들은 '너 죽어봐라' 이런 식이다"라고 말했다.
9월 2일 경기도 김포시 택배 터미널에는 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사진=뉴시스.
9월 2일 경기도 김포시 택배 터미널에는 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사진=뉴시스.

이씨는 지난해 6월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여러 단체메신저 방에 "휠체어는 안 타냐" "XXX끼 XX신이" 등 메시지를 올렸다. 일부 대화방에는 이씨와 박씨가 참여하고 있었다.

추후에 박씨는 조합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지난 5~8월 세달 동안 조합원들 대화에서 명예훼손이 30번, 모욕이 69번 발생했다.

이씨는 유서에 조합원 12명 이름을 적었다. 이어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썼다.


밤 10시 퇴근해도 부업하는 이유..."그래야 애들 먹을 것 하나라도 더 사주죠"


숨진 택배점주 이영훈씨의 7세 막내 아들이 최근 유치원에서 쓴 카드. '항상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 "아빠"라 적혀있다./사진제공=박서진씨.
숨진 택배점주 이영훈씨의 7세 막내 아들이 최근 유치원에서 쓴 카드. '항상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 "아빠"라 적혀있다./사진제공=박서진씨.
이씨가 숨진 뒤 아내 박씨는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 이어 친정 근처에 전세집을 얻어 이사했다. 친정 어머니는 박씨가 출근한 동안 중3 딸과 중1 아들, 막내 하교 등을 돕는다.

박씨는 집화(集貨) 대리점을 새로 차렸다. 집화란 제조업체 창고에서 택배를 받아와 배송구역별로 나누고 택배 트럭에 상차하는 일을 말한다. 배송은 하지 않는다. 이씨는 노조원들이 태업하는 동안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배송구역을 CJ대한통운에 반납했다.

박씨는 직원 6명과 집화를 직접 한다. 6개씩 묶인 물, 요가 매트 등도 거침없이 싣는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박씨는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몸이 편한 일을 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자녀 셋을 키울 수 있겠느냐"라며 "(숨진 남편을 생각해) 다른 일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한다"고 했다.

직원들이 택배를 받아오면 분류, 상차 작업은 오후 1시쯤 시작된다. 일은 빠르면 저녁 8~9시, 늦으면 밤 10~11시쯤 끝난다. 틈틈이 휴식 시간도 있다. 하지만 박씨는 그 시간 자석에 스티커를 붙이는 부업을 한다. 박씨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며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자녀들 먹을 것 하나 더 사주지 않겠나"라 했다.

쉴틈 없는 노동의 결과는 몸에 나타났다. 올 추석쯤에는 족저근막염(발바닥 염증)으로 한달가량 치료를 받았다. 손목과 허리가 아파 물리치료도 수시로 받는다. 박씨는 "손목과 허리 때문에 아대(손목보호대)를 끼고 일한다"며 "(무거운 택배를 들다보니)복대를 차고 일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박씨는 "버틸만 하다"고 한다. 자녀들 덕분이다. 세 자녀는 지난 9일 박씨 생일을 맞아 안마, 설거지 등 '효도 쿠폰'을 선물했다. 박씨는 "자녀들이 '사랑해요 엄마' '힘내세요' 응원할 때 큰 힘을 얻는다"고 했다.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의 집단 괴롭힌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장기집배점주 고(故) 이영훈씨의 유족과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오전 경기 김포경찰서에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택배기사를 고소했다. 유가족과 변호사가 고소장을 제출을 위해 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의 집단 괴롭힌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장기집배점주 고(故) 이영훈씨의 유족과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오전 경기 김포경찰서에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택배기사를 고소했다. 유가족과 변호사가 고소장을 제출을 위해 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박씨는 지난해 9월 택배노조원들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중 2명은 정식 기소됐고, 2명은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식 기소된 두명 중 한명은 지난 9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항소했다.

또 다른 한명은 지난 1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노조원이 초범인 점,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선고를 내렸다.

박씨는 "초범이라도 한 사람을 지속해서 괴롭혔는데 '한번 잘못했다'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노조원들이) 어떤 반성을 했는지 모르겠다. 말로만 반성하고 법정에서 행동을 조심히 했다고 그게 반성일까"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원들 괴롭힘으로) 씻지 못할 아픔을 겪었다"라며 "남편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강한 처벌 선례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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