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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장 맞아?…"스키 타러 우르르" 주민들 맘 돌린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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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펜하겐(덴마크), 함부르크(독일)=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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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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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7회): 선진국에서 길을 찾다(上)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우리 동네 쓰레기 소각장? 절대 안돼"...덴마크서 찾은 해법


덴마크 코펜하겐의 열병합 발전소 겸 주민용 레저시설 아마게르바케의 전경.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통해 발전 중임을 알 수 있다. /사진=김훈남
덴마크 코펜하겐의 열병합 발전소 겸 주민용 레저시설 아마게르바케의 전경.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통해 발전 중임을 알 수 있다. /사진=김훈남
#. 10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주민설명회'가 고성과 몸싸움 끝에 무산됐다. 서울시는 8월31일 기존 마포구 소각장 옆에 새 소각장을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좌초 위기에 부딪혔다.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마포구 주민 사이의 갈등은 전국 어디서든 이른바 '혐오시설' 건립이 추진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폐자원으로 전기를 만드는 SRF(열병합 발전소)나 폐비닐에서 새 원료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유해물질이 걸러진 뒤 수증기만 배출된다고 해도 주민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억울하기 마련이다. 만약 입지에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주민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며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 설득을 위한 서울시의 복안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열병합 발전소 겸 주민용 레저시설인 '아마게르 바케' 모델이다. 이른바 '코펜힐'로 불리는 이곳은 쓰레기를 태워 전기와 열에너지를 얻는 열병합 발전소이면서도 야외공연장, 스키장, 암벽등반, 음식점 등 각종 여가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순환경제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코펜힐을 직접 찾아가봤다.

◇주거지 200미터 밖에 '폐기물 소각장 겸 스키장'

덴마크 코펜하겐 주민 잭이 지난달 13일 스키를 타기 위해 아마게르바케를 찾았다. /사진=김훈남
덴마크 코펜하겐 주민 잭이 지난달 13일 스키를 타기 위해 아마게르바케를 찾았다. /사진=김훈남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차로 10분여를 달리면 인공언덕 모양의 코펜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불과 2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주민 1000여명이 사는 주거지역이 있다. 코펜힐은 코펜하겐을 포함한 인근 5개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만든 열병합 발전소다. 이 5개 지자체와 독일·영국 등 인근 나라의 폐기물을 태워 전기와 열에너지를 만든다.

이곳에는 하루에 트럭 250~300대 분량의 쓰레기가 들어온다. 주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 생활쓰레기들이다. 트럭이 폐기물을 쏟아내면 전면 자동화 과정을 거쳐 열병합 발전에 투입된다.

코펜하겐 중심가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의 양은 48㎿(메가와트)인데 코펜힐이 그 중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진다. 하루에 생산하는 열에너지는 190㎿로, 코펜하겐 전체 수요인 125㎿를 넘어선다고 한다.

코펜힐 주차장에서 스키 장비 대여점을 지나면 곧바로 스키장으로 가는 길과 옥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유리창이 있어 옥상까지 올라가면서 코펜힐 내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내부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돼 있었다. 카페가 있는 옥상에선 열병합 발전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지만 쓰레기 매립장 정도의 강한 악취는 없었다. 오히려 아파트단지 쓰레기장보다 덜했다.

아마게르바케 내부 배출 가스 성분을 나타내는 계기판. /사진=김훈남
아마게르바케 내부 배출 가스 성분을 나타내는 계기판. /사진=김훈남

◇ "여름에도 반바지 입고 스키 타요"

코펜힐 외부 시설은 정오에 개장한다. 오후 4시를 넘어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키 장비 대여점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빌려 리프트에 오르기도 하고, 옥상에서 맥주를 즐기는 이들도 여럿이다.

1주일에 3번 정도 코펜힐에서 스키를 탄다는 인근 주민 잭 씨는 "오스트리아나 알프스에 가지 않고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고 스키를 탈 수 있다"며 "산이 없는 덴마크에선 스키를 타기에 환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스키 슬로프 아래 매점에서 일하는 하이디 씨는 "오늘은 60~70명 정도가 방문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나 주말엔 2~3배로 늘어난다"며 "누구나 몸만 오면 스키 장비를 빌려서 탈 수 있고, 옥상에선 재즈 페스티벌이나 개인 파티 등이 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펜힐을 운영하는 '아마게르 자원센터'(Amager Resource Center, ARC)의 수네 샤이뷔(Sune Scheibye) 홍보총괄은 "코펜힐은 어차피 발전 시설이 필요하다면 주민들과 공존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시설"이라며 "(코펜힐 건설 이전인) 1970년부터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며 꾸준한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등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인 아마자원센터(Amager Resource Center, ARC)의 수네 샤이뷔(Sune Scheibye) 홍보총괄이 지난달 13일 머니투데이를 만나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인 아마자원센터(Amager Resource Center, ARC)의 수네 샤이뷔(Sune Scheibye) 홍보총괄이 지난달 13일 머니투데이를 만나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우린 아무 것도 배출하지 않는다"

이곳에선 섭씨 1000도(℃)의 소각로 2개에서 폐기물을 태워 물을 끓인다.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구조다. 시설의 50% 이상은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중금속,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혁신 기술 설비로 채워졌다는 게 ARC 측의 설명이다. 발전소에는 배출 가스의 성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외부 굴뚝에선 수증기와 미량의 이산화탄소만 나온다.

ARC는 발전소 내부에 홍보관을 마련해 코펜힐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열량이 어디에 공급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폐기물을 태우는 열병합 발전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샤이뷔 총괄은 "우리는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는"(We emit anything)"며 "수증기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EU(유럽연합) 권고치의 15%가 채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아마게르 바케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발전소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김훈남
아마게르 바케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발전소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김훈남


"왜 300원 더 받지?" 독일서 산 '페트병 콜라' 값의 비밀


15일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가에선 길가에 버려진 페트병을 모으는 사람들을 쉽게 발겨할 수 있다. /사진=김훈남
15일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가에선 길가에 버려진 페트병을 모으는 사람들을 쉽게 발겨할 수 있다. /사진=김훈남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페트(PET)병에 담긴 음료를 사면 제품 진열대에 표시된 금액보다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페트병 당 우리돈 300원 가량의 보증금이 추가로 붙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판트(Pfand, 덴마크는 팬트·Pant)라는 시스템을 통해 약 95%에 달하는 페트병 재활용률을 달성하고 있다. 약 80%인 우리나라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판트는 페트나 캔 등에 대한 보증금을 부과하고 지정된 방법으로 반환 시 돌려주는 제도다. 보증금은 용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페트병 기준 독일은 개당 25센트(약 340원), 덴마크는 1.5크로네(약 275원)의 보증금이 붙는다. 우리나라가 다음달 2일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 시행하는 '1회용컵 보증금제'와 비슷한 구조다.

◇어디든 가져가면 보증금 반환 가능…판트 성공요인 살펴보니

독일 함부르크역 마트에 설치된 판트(Pfant) 반환 기계. 페트병과 캔 음료를 넣으면 개당 25센트 씩 보증금을 반환해 준다. /사진=김훈남
독일 함부르크역 마트에 설치된 판트(Pfant) 반환 기계. 페트병과 캔 음료를 넣으면 개당 25센트 씩 보증금을 반환해 준다. /사진=김훈남

20일 머니투데이의 현지 취재를 종합하면 판트 시스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반환의 편의성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마트 등 상점에 가면 페트병 자동 수거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음료를 다 마신 뒤 빈 음료통을 라벨을 붙인 채 수거기에 넣으면 수거기는 판트 바코드를 읽은 뒤 자동으로 압착해 수거한다.

소비자는 기기에서 보증금 영수증을 출력해 계산대로 가져가면 현금처럼 쓰거나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별다른 등록 절차가 필요없어 여행을 온 외국인이라도 보증금을 쉽게 받을 수 있고, 자동 수거기가 없는 사업장에선 곧바로 계산대의 점원에게 페트병을 반환할 수 있다. 라벨을 훼손한 페트병은 기계가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금 교환이 쉬운 탓에 이들 나라에서는 길가나 역 쓰레기 통에 버려진 페트병을 주워모으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난 한 교민은 "독일은 2005년 판트를 도입했는데 이듬해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경기장을 청소한 노동자가 판트 보증금으로만 3000유로를 벌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라며 "이제 독일에서는 페트병을 모아 판트 보증금을 받아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환경부 산하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토마스 베스터가드(Thomas Vestergaard) 국장이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덴마크 환경부 산하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토마스 베스터가드(Thomas Vestergaard) 국장이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반환의 편의성은 곧바로 높은 재활용률로 이어진다. 덴마크 환경부 산하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에 따르면 덴마크에선 매년 35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한다. 덴마크 EPA는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20만톤이 소각되고 7000톤은 매립, 9만7000톤은 수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덴마크 현지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4만6000톤으로, 전체 폐기물 발생량의 13%에 그친다.

하지만 페트병만큼은 재활용률이 약 95%에 달한다. 전체 폐기물 재활용률의 7배, 덴마크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 31%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EPA의 토마스 베스터가드(Thomas Vestergaard) 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페트병에 대한 매우 효율적인 보증금 반환 시스템을 운영하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재활용률 제고를 통한 순환경제 해법은? 누구든 쉽게 버릴 수 있게

덴마크 오덴세의 한 공공시설에 붙어 있는 분리배출 안내. 10가지 품목에 대한 배출 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덴마크 오덴세의 한 공공시설에 붙어 있는 분리배출 안내. 10가지 품목에 대한 배출 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덴마크 현지에선 플라스틱을 포함한 자원 재활용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동안 덴마크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소각해 열에너지로 활용해왔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소각에 따른 열 에너지 회수도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수단으로 볼 수 있지만, 소각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탓에 탄소중립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7월 순환경제 조성 액션 플랜(이행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현재의 80%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덴마크 순환경제 이행계획에도 폐기물 분리배출의 편의성을 고려한 정책이 포함됐다.

덴마크의 환경문제 분야 NGO(비정부기구) '스테이트 오브 그린'(State of Green)의 미에 존슨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는 "플라스틱을 태우는 것은 탄소중립이나 순환경제의 목적과 맞지 않기 때문에 2030년까지 80% 이상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며 "플라스틱 정책의 하나로 덴마크 전국의 분리수거 기준을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트 오브 그린에 따르면 덴마크는 올해부터 아파트 등 주거지역과 공공건물 등에 10가지 분리배출을 위한 수거함을 마련하도록 했다. △음식물 △금속 △유리 △플라스틱 △종이 △헌옷 △우유팩 △유해 폐기물 △포장박스 △일반 폐기물 등 10가지 분리배출 항목을 지정하고 시민들이 알기 쉽도록 통일된 픽토그램(그림을 이용한 기호)을 표시했다. 분리배출 항목이 늘어났지만 폐기물 구분이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수거함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존슨 매니저는 "덴마크 사람들은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 페트인지 아닌지 구분할 필요없이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며 "지방자치단체 별로 달랐던 수거방식을 통일했다"고 말했다.

EPA의 베스터가드 국장도 "10가지 분리배출 제도 도입으로 다소 불편해지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등 재활용 필요성을 설득하는 효과도 있다"며 "플라스틱을 오염물질에서 분리하고 국가 단위 통계센터에서 폐기물 데이터를 수집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의 환경 부문 NGO(비정부기구) 스테이트 오브 그린의 미에 존슨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가 지난달 14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훈남
덴마크의 환경 부문 NGO(비정부기구) 스테이트 오브 그린의 미에 존슨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가 지난달 14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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