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이 20일 용산 대통령실 1층에 나무 합판으로 된 가림막을 설치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이 기자실이 위치한 1층 복도를 오가며 출입문 안 쪽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구조였는데 가림막이 설치되며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이곳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보안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자유롭게 기자들을 만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하는 로비 공간에 가벽이 설치되는데 어떤 의미인가'란 질문에 "1층 공간이 기자 여러분에게 완전하게 오픈돼 있다 보니 외교적으로나,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호상이나 보안상의 외부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것을 막기 위한 가벽인가'라는 질문엔 "두 개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호상의 보안 이유도 존재하고, 그와 함께 여러가지, 어떤 한 쪽에서의 무엇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 보안상 필요성에 의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막판 MBC 기자의 질문을 한 대통령실 비서관이 막아서면서 설전이 벌어진 것과 이번 가림막 설치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어스테핑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며 "이 도어스테핑에 대해서 대통령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중요한 국정 운영의 자리에 언론인 여러분이 국민을 대신해 와 계신 것이고, 그 국민을 대신한 질문에 대통령도 여러분이 직접 보시는 것처럼 가장 진솔하게 그리고 설명하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들을 여러분이 계속 봐 오셨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이 관계자는 "그런 자리에서 지난주 금요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향후 도어스테핑을 포함해, (불미스러운 일) 재발 방지를 포함해 이 사안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내용이 있으면 안내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기자들과의 자유롭게 소통하겠다며 각종 비용을 감수하며 '용산 시대'를 연 만큼, 가림막 설치로 집무실 이전의 취지가 바랬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러분을 수시로 만나겠다는 의지를 도어스테핑을 통해 계속 여러분은 확인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도어스테핑을 지금 폐지하겠다거나 중단하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다. 그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1층 구조물 설치는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외국 일정을 일부 기자들이 무단으로 촬영한 일을 계기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월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일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며 "당시 대통령실 직원이 무단 촬영임을 알렸음에도 촬영은 계속됐다. 외빈과의 사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외교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1층 구조물 설치는 이 일을 계기로 논의된 것으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함을 밝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