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포탄 10여발 공습 '아찔'…러-우크라 또 책임 공방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러시아군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 시설을 장악했다. /ⓒ로이터=뉴스1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시설에 또 포탄이 떨어져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 양국은 서로 "상대방이 공습했다"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배후가 누구든 지 매우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10여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포격후 방사능 물질 유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매우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포격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현재는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한 상태지만,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업체가 맡고 있다.

러시아 원전 운영사인 로스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보관 건물 근처에 우크라이나군의 포탄 15발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로스에네르고아톰 측은 전날에도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12차례 공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 중인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이날 아침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했다"며 "원전 기반시설에 최소 12번의 포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원자로 5·6기 등 재가동을 준비 중이었던 시설과 장비가 손상됐다"며 "우크라이나가 전력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인력을 배치해 안전 상황을 감시 중인 IAEA도 성명을 내고 포격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AEA는 "현지에 파견된 전문가들로부터 이날 오전 12건이 넘는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원전 상황을 계속 점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발이 또 다시 일어났다"며 "포격 배후가 누구든 당장 위험한 불장난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가능한 빨리 비무장 안전 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양국에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