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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와주세요"…공직 떠난 구윤철 전 실장, 더 바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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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강원)=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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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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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전국 방방곡곡 지자체 공무원들에 노하우 전수

22일 춘천세종호텔에서 열린 춘천시 중견리더 역량강화교육에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22일 춘천세종호텔에서 열린 춘천시 중견리더 역량강화교육에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30년이 넘는 시간을 공직에 몸담았다.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여느 최고위직 공무원처럼 공직을 떠난 뒤에는 휴식을 취할 수도, 예우 받으며 편하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눈에 밟혀서다.

구윤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는 요즘 지난 30여 년의 공직생활보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그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지난 6월 공직에서 물러나며 처음에는 쉬면서 체력 보충을 하고 여행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포항에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하게 됐는데, 특강을 해 보니 그것만으로는 지방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상적인 강의만으로는 그 내용이 조직으로 스며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1박 2일의 일정을 잡아 특강 외에 포항시의 일자리, 환경, 건설 등 50여 개 추진 사업을 살펴보고 컨설팅까지 진행하게 됐습니다."

22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나 들은 구 교수의 얘기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부터 전문성과 통찰력으로 유명했는데, 그런 그의 특강과 컨설팅은 금세 다른 지자체들로 소문이 났다. 보다 체계화되고 선진화된 행정과 정책에 목말라 있던 지자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개선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 많은 지자체의 현실을 목도한 구 교수 역시 이를 외면할 수 없어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포항, 상주, 칠곡, 창원, 성주, 경주 등에 이어 지난 17일과 22일에는 춘천시청을 찾았다. 간부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지역 발전 전략 특강을 위해서다. 외지인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검토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춘천 발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쏟아내는 구 교수의 강의에 참석자들은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에 가서 보니 중앙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제도를 고쳐야 할 것도 많았고요. 예산은 많은데 정확한 발전 전략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성과 없이 예산만 허비하는 것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중앙에 있는 공무원들이 책상 앞에만 있을 게 아니라 지방과 현장을 더 많이 다녀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저 역시 중앙에 있을 때 몰랐던 부분을 배우며 무척 재미있게 다니고 있습니다."



"위기의 지방, 따라 할 수 없는 특색 살려 세계 1등 만들어야"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 국가다. 고령사회를 넘은 초고령 사회 진입도 머지않았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구 문제는 특히 지방에 충격이 크다. 아기 울음소리를 수년째 듣지 못한 곳도 수두룩하다. 지방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 구 교수가 지방을 볼 때 인구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보는 이유다.

구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른 곳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대한민국 1등, 나아가 세계 1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 보이는 것,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의 환경과 인프라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내야만 지방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농산품이라면 딸기면 딸기, 사과면 사과 내가 가진 것을 특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가장 맛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합니다. 한 지역의 경우 참외가 특산품이면서도 참외 연구소 하나가 없었습니다. 연구개발로 품질을 더 높이고 응용을 통해 다양한 가공식품, 바이오 제품 등을 선보여 세계 시장에서 1조 원, 10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기조특강을 하는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기조특강을 하는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물론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라는 게 구 교수의 생각이다. 구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공공 R&D(연구개발)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공공 R&D 예산은 30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 공공 R&D 예산 투입 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다 지원하다 보니 완성된 기술 수준을 10이라고 했을 때 7~9 수준에서 중단되는 프로젝트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충분한 검토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하나를 지원하더라도 10의 완성도를 갖춘 성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 교수는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을 높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를 마치 기업처럼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다툼 등 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국가도 경영 개념으로 민간과 같이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기업이 잘 되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하는 일이고 공무원이 하는 일입니다.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하면 서로 안 만나고 모른 척할 수 있을까만 고민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경영 개념 없이는 이제는 큰일 납니다. 국가와 민간은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역 발전은 인재 공급이 핵심…지역 대학·교육 혁신 필수


구 교수가 지자체를 다니며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지역 대학을 통해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에도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구 교수가 공직에 있을 때 공을 들인 '지역 혁신 체계(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 역시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RIS는 지자체, 대학, 기업 등이 함께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협력 체계다.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력 공급이 무조건 따라야 하고 지역의 대학들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지역 대학 입장에서도 그 지역 산업에 인력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즉 지자체가 인력 공급에 지역 대학을 활용해야만 대학도 살고, 지자체도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지역으로 인재들이 올 수 있도록 정주 여건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구 교수는 앞으로 지자체에 대한 특강과 더불어 지역 대학을 다니며 대학 발전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교육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혁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연간 80만 명을 넘던 한 해 신생아 수가 26만 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지만, 교육 혁신으로 26만 명 중에서 과학, 음악, 스포츠 등 각 분야별 세계 1등 인재 100명 만 배출해도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구 교수의 생각이다. 김연아, 손흥민, BTS 같은 인재들이 더 나와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다면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 경쟁력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만 중요시하고 명문대를 진학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 아닌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교육 혁신의 핵심이다.

지역 대학 교육도 마찬가지로, 지역 대학들이 특색 없이 똑같은 내용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맞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학과 개편 등이 필요하다.

"지역에 맞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경제학과다 하면 어디나 똑같은 경제학과 가 아니라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산림 경제학과, 해양 경제학과, 축산 경제학과 등으로 특화해서 학과를 개설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초중고 교육에서도 국영수 기초 학습은 하되 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해 세계 1등 인재를 키워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세계 1등 인재들이 나온다면 인구 감소 문제 그냥 해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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