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美 신약 운명의 날…'연타석 홈런'될 확률 20%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310,000원 ▼5,000 -1.59%)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승인 여부가 곧 결정된다. 승인되면 지난 9월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FDA의 문턱을 넘게 된다. 하지만, FDA의 자문위원회가 부정적 의견을 낸 상태여서 전망은 밝지 않다. 자문위원회의 부정적 의견을 뚫고 승인될 확률은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승인이 불발되면 포지오티닙은 임상 3상을 거친 뒤 정식 승인 절차를 통해 재도전에 나서게 된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FDA는 포지오티닙의 신속승인 심사 결과를 이날 밤 혹은 다음날 오전 사이 밝힐 예정이다.


포지오티닙은 2011년 한미약품이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기 시작한 경구용(먹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됐고 2016년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했다. 포지오티닙은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신약을 허가하는 신속승인 절차를 통해 이번 도전에 나선다.

신속승인을 받게 되면 한미약품은 약 세 달 사이 두 번 연속으로 세계에서 신약 허가 문턱이 가장 높은 미국 FDA를 넘게 된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는 지난 9월 FDA의 허가를 받아 한미약품의 첫 글로벌 신약이자 FDA에서 6번째로 허가받은 국산 신약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포지오티닙의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9월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포지오티닙 신속승인 관련, FDA에 부정적 권고를 해서다. 임상 2상 결과를 검토한 결과 △제한적인 유효성△높은 이상 반응 발생 빈도△용량 설정 최적화 등을 근거로 13명의 위원 중 9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포지오티닙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27.5%였는데 이는 앞서 긴급승인을 받아 의료현장에서 처방중인 동종 치료제에 비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신속하게 허가를 내줄 필요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포지오티닙이 이번 신속승인 문턱을 넘을 확률을 20% 정도로 보고있다. 의료 정책 관련 학술지인 '밀뱅크 쿼터리'에 게재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2015년 자문위원회에서 부정적 권고 사항을 밝힌 사례는 총 110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FDA가 승인 결정을 내린 사례는 22건이었다. 자문위원회의 권고와 반대의 결정이 나올 확률이 20% 수준이었던 셈이다.

한미약품과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신속승인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양사는 FDA에 포지오티닙의 유용성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폐암은 암 중에서도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 양측 주장이다.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데다 경구용 항암제여서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도 높다는 것.

신속승인이 불발되면 포지오티닙은 임상 3상을 거친 뒤 정식 승인 절차를 통해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속승인 확률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임상 3상 진행 후 2024년 정식 승인 신청에 따라 2025년 출시를 가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