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두고 수입차 쇼핑한 병원…이렇게 샌 건보재정 '3조'

#A씨는 88세 고령으로 진료를 못하는 의사 B씨를 서류상 한 요양병원의 대표로 내세웠다. 의료기관은 의사가 개설해야 하는 의료법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였다. 전형적인 '사무장병원' 이었던 해당 요양병원은 요양급여비 6억4000만원을 착복하다가 결국 적발됐다.

이 같은 사무장 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 불법 청구 등의 방법으로 편취한 건강보험료가 13년간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약 2155억원으로 징수율이 7%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불법 개설기관 환수 결정 및 징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 10월31일까지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 허위 부당 청구를 통해 타낸 요양급여액 중 환수가 필요한 금액은 3조1731억8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법과 약사법 등에 따르면 의료기관이나 약국은 의사 또는 약사가 개설해야 한다. 이들 또는 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하는 일은 명백히 불법이다. 이와 관련, 잘 알려진 용어가 사무장병원, 면대(면허대여) 약국 등이다.

이 같은 불법 의료기관들이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다가 적발되면 공단은 환수 절차를 밟는다. 13년간 불법 개설기관은 1670개소에 달했고 환수돼야 할 금액은 기관별로 요양병원 1조7334억3700만원, 약국 5677억2000만원, 의원 4604억3900만원 등에 달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올해 10월31일까지 환수된 금액은 2154억7700만원으로 평균 징수율은 6.79%에 불과했다. 93.21%에 달하는 2조9576억3100만원은 아직도 공단이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무장병원 운영으로 200억원에 육박하는 건보 급여를 편취하는 한편, 해당 병원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이 발간한 '불법개설기관 폐해 사례집'에 따르면 비의료인인 C씨는 부실 의료법인을 인수해 4개의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법인 자금으로 고급 수입차 여러 대를 매수하는 등 가족과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또 C씨는 자신이 의료법인 이사장에 선임된 것처럼 이사회 회의록을 꾸미고 부실한 감사를 받기도 했다. C씨가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받아간 금액은 총 171억6300여만원이었다.

이 가운데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개설기관도 있었다. 환자의 인공호흡기 산소 투입량을 줄이도록 지시한 사무장병원,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전문의 행세를 하며 남성 비뇨기과 관련 환자를 무면허로 진료한 사례가 있었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법 유형을 다양화한 기관은 계속 늘고 있고 건강보험 재정에 누수가 생기면서 건강보험료의 증가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불법 개설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를 확대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권' 관련법의 국회 통과에 힘쓰고 있다.

특사경은 특수 분야 범죄에 대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 금지 등 경찰과 같은 강제권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하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공단은 그동안 불법 개설기관으로 의심돼 조사하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혐의 입증에 애로를 겪었다고 주장한다.

공단 관계자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주변에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이 있다면 공단 홈페이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