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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공무원 무사안일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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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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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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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요즘 나라에 대형 사고가 터져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치권, 재야단체, 언론, 사정기관이 정치·도덕·법적 책임자를 찾아헤매지만 현장 지휘관부터 주무장관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분초 단위로 누가 언제 보고받았는지에만 매달린다. 포털 댓글도 그 대상이 누구 편인지에 따라 푸닥거리가 달라질 뿐이다. 야당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에 무한책임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걸 빌미로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다.

모든 걸 나라님에게 떠넘기기 전에 하나 따질 게 있다. 과연 예산과 인력만 늘려주면 공무원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현 채용방식인 공채로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 관료제의 뿌리인 공채가 '사람 중심의 계급제'를 공고히 해 정부의 무사안일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과 직무 중심의 직위분류제'의 하나로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고위공무원단제도 등이 도입됐지만 관료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계급제'는 여전히 공고하다.

10여년 전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전문성 위주의 '특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마침 터진 모 장관 딸 특혜채용 파동으로 백지화되고 말았다.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은 '공직 대물림' '현대판 음서제도' 등과 같이 '일'이 아닌 '사람'이었다. 현직 장관과의 '관계'만 물었지 그 당사자의 '일'하는 능력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이 같은 '사람 중독성'이 대한민국 공무원 무사안일의 뿌리고 우리가 비판하는 복지부동이 그 줄기다.

'사람'에 대한 편견과 편애는 채용단계부터 시작된다. 현실에서는 사람과 일이 섞이기 마련이지만 이론상으로 정규직 공채는 사람 중심, 비정규직 계약제는 일 중심이다. 전자는 한 사람이 선발되면 정년이 보장되고 초임 시절부터 다양한 업무경험을 통해 중견관리자로, 고위직으로 성장한다. 후자는 계약기간에 특정업무를 도맡아 하다 퇴출되거나 운때가 맞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그나마도 특정업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인사나 성과관리의 대상도 아니다. 당신은 그런 일이나 적당히 하다 나가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렸다.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일'은 무시되고 '자리'만 중시된다.

'사람=자리'에 중독된 공채는 '승진' 문제에 민감하다. 행정고시의 경우 '일반 행정가' 선발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입직 후에도 전문성보다 고시 몇 기 출신인지가 더 중요하다. 같은 고시 출신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 남는 잣대는 혈연·지연·학연이다. 입직경로는 달라도 경찰, 검찰, 더 나가 군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위에 정규직, 정규직 위에 '포괄적' 정무직이라는 괴담이 퍼진 일터의 모습은 상상에 맡긴다. 공채의 역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작 열심히 일하다 퇴직한 직업관료는 까다로운 재취업 심사 때문에 길게는 30년 넘게 쌓은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박탈당한다. 산하기관이나 법률회사에 '새 자리'를 잡는 행운은 일부에게만 허락된다. 그래도 '사람' 중심을 고집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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