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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경, '약한영웅'의 강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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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수진 기자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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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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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 사진제공=웨이브
홍경, 사진제공=웨이브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학대받은 상처 때문에 위축되어 살아가던 소년은 자신의 아픔을 덜어주는 친구들과 만난다. 한번도 마음을 나눌 이가 없던 그는 용기내어 친구들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제 마음을 한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이 소년은 작은 오해로 자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멀어진다. 그렇게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용됐던 돈은 어느 순간 친구를 해치기 위해 사용되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마치 정글처럼 약육강식의 피비린내를 진하게 풍기는 학교를 배경으로, 뜨겁지만 애틋한 정서를 담아낸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 연출 및 극본 유수민)은 범석 역을 맡은 홍경의 복합적인 얼굴 위로 흘러가는 작품이다. 2년 전, 영화 '결백'의 정수 역으로 그가 보여줬던 단단하고 말간 눈빛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반가울 것이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그리고 심오한 표정 뒤에 방심할 수 없는 뭔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배우 홍경을 만났다.


홍경, 사진제공=웨이브
홍경, 사진제공=웨이브


범석은 심리나 의중을 정확히 들여다보기 힘든 캐릭터예요.


"범석 역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소화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한준희 감독님께도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한준희 감독님께서 기다려주셨죠. 범석이는 레이어가 두터워요. 처한 환경들이 순탄치 않았고 불편한 지점들이 많죠. 그래서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계속 있었어요. 그래도 이러한 두려움이 있을 때 한준희, 유수민 감독님께서 믿고 끌어주셨죠."


자아 성립이 안 돼서 톤을 잡기가 어려운 인물인 만큼 범석을 연기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여러 부분이 있었어요. 한 가지를 콕 짚기는 힘들어요.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지점을 꼽는다면 모두가 외면해도 적어도 저만큼은 이 친구 손을 잡고 옆에 서있어야 했잖아요. '한명이라도 이 친구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마냥 나빠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했어요. 이 친구가 한 행동이 용서받을 수는 없지만 헤아림을 받을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효과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요즘 우리는 한 면만 보고 사람을 규정짓고 단정하잖아요. 전 그게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범석이라는 친구를 보면서 '왜 그랬을까?'하는 물음과 이해를 갖게 하는 지점을 끌어내고자 했어요."


범석은 자라온 환경이 문제가 있어 어긋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마음 속에 짙은 죄책감이 공존하기도 해요.


"어떤 특정한 감정을 좇지는 않았어요. 이 친구가 마주한 상황에서 느끼고 있는 것들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감정 연기를 계획하면서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는 것들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연기란 결국 순간에 솔직한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이 친구가 놓여있는 상황에 집중했어요. 매 순간에 범석이가 느끼는 것들을 최대한 저의 살결에 닿게 하려고 했어요."


범석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이해 과정을 거쳤나요?


"저 역시 범석이가 왜 그렇게까지 행동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 심정을 알아보려고 노력했죠. 그런 생각은 해요.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규정할 수는 없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이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잖아요. 상황이나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하고요. 그런 복합적인 상황이 이 친구에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경, 사진제공=웨이브
홍경, 사진제공=웨이브


홍경 배우가 바라본 범석은 어떤 사람일까요?


"사실 이 부분을 말하기가 되게 조심스러워요. 제가 말함으로써 범석이라는 인물의 특성이 규정될 수 있잖아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정해진 답없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눌 때예요. 그래서 그저 범석이가 친구들에게 쏟은 애정을 미루어 봤을 때 순수한 마음이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상실감이 컸을 거고요. 열등감이나 소속감에 대한 상실일 수도 있고요.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많은 감정이 중첩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일을 겪어낸 10대 소년?"



성장이 키워드인 작품이에요. 범석과 그리고 홍경 배우의 성장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범석이가 겪어나가는 것들이 10대의 관계에서 오는 성장통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애증이나 사랑 그리고 거기서 오는 상실.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잖아요. 그 방식이 잘못되거나 비뚤어졌을 수 있지만 발버둥은 치고 있는 거니까. 그런 모습들이 담겼기에 성장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또 어느 작품이건 만드는 분들이 온 힘을 다해 의기투합해서 모든 걸 쏟잖아요. 저 역시 작품에 던질 수 있는 공이 정해져 있지만 '온 마음을 다해서 던질 수 있는 걸 다 던지자'라는 마음으로 임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현장에 가는 게 힘들지가 않았어요. 한 편의 작품을 만드는 건 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일이라는 걸 한번 더 뼈져리게 느꼈어요."


그렇다면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되게 즐거웠어요. 마냥 행복하기보다는 다같이 치열하게 온 마음을 쏟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요. 누가 액션을 하다 지쳐서 쓰러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일으켜 세워줬던 현장이었죠. 배우들과의 합도 중요하지만 스태프 분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거든요. 배우들보다 스태프들의 공로를 강조하고 싶을 정도로 무거운 신을 하나 하나 끝낼 때마다 다들 절 꽉 안아줬어요. '외로워하지 말라. 범석이 혼자 걷는 거 아니다'라고 격려해줬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뭉클하고 힘이 났어요."


이번에도 그렇고 그간 맡았던 역할들이 평범하지는 않은 캐릭터들이에요. 배우로서 어떻게 존재하고 싶은 지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부모님과 주말마다 극장을 찾은 영향이 컸겠죠. 이후도 혼자 극장을 찾고 집에서도 데스크톱으로 늘상 영화를 봤어요. 그렇게 셀프테이프도 찍고 단편 영화 오디션도 보면서 배우라는 꿈을 키워나갔죠. 이어온 작업들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계속해 나아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도 발버둥 치면서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철저하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대본에 매력을 느끼고 가치를 발견하는지, 또 호기심이 이끌리는지로 작품에 출연할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없으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연출하고 출연한다고 해도 마음이 동하지 않아요. 그렇게 진심에 끌린 작품 속에서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밝힌 것처럼 배우의 일이 쉽지 않은 길인데,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도록 할 변치 않을 원동력이 있을까요.


"이 일을 사랑하는 거요. 힘들기도 하고, 고되기도 하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게 솔직한 마음인데 그럼에도 연기하는 순간 순간을 다 사랑하고 좋아해요. 연기를 하다가 번뜩이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연기 하는 순간에 강하게 매혹되고 호기심이 일어서 몸이 깨어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들이 원동력 같아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눈을 딱 떴을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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