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바꾼 삶…'결혼·출산 줄고, 우울증 늘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석철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사회경제분과위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감염병 위기대응을 위한 사회경제지표 구축 및 활용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1.28.

코로나19(COVID-19) 유행 장기화가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표가 발표됐다. 감염병 확산 및 고강도 방역정책 등에 전반적 소비 감소 속 결혼과 출산은 줄었지만,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감염병 위기대응 사회경제 지표를 발표하고, 세부 지표의 구축·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수, 병상가동률 등 방역·의료 지표를 중심으로감염병 위기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이나 모임 금지 등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뒤따랐다.

이에 자문위는 이를 위해 경제, 사회, 수용성 및 위기인식 영역 등에서 단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사회·경제지표 10개를 선정하고 예비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감염병 위기 확산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정책은 다양한 사회·경제 측면에서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종별 주별 신용카드 지출액 변동률. /자료=통계청 나우캐스트(신한카드, 신한은행)

자문위는 경제 영역의 소비지출 관련 지표와 사회 영역의 의료접근성 및 교육환경, 수용성 및 위험인식 영역의 인구이동 관련 지표 등을 살폈다. 소비지출 영역에선 신용카드 사용금액 변동 추이 분석을 통한 소비지출은 유행 확산 및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다중이용시설 및 여가 시설 등이 큰 영향을 받았다.


홍석철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사회경제분과위원 "4·5차 유행에서는 여가나 숙박, 음식 서비스업의 지출이 상당히 빠르게 감소한 것을 볼 수 있고,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해제되는 순간 다시 회복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며 "다만 6차 유행에서는 지출 감소가 크지 않은데 이는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이기도 하고, 국민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위험 인식이 변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정책으로 의료 접근성 역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2019년 의료 이용 다소 증가한 것과 달리, 2020년 3월부터 의료 이용이 급격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는 거리두기 단계가 크게 강화되면서 의료 이용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3월 이후에는 의료 이용이 빠르게 회복됐다. 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에 병원 방문에 대한 위험 감소 영향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내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홍석철 위원은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의료 이용의 감소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응급실 이용 건수의 하락은 약 26%, 입원 내원 일수도 약 6% 정도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료=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

교육환경 역시 코로나19 국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역으로 꼽혔다. 2020년 초 커진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등교 중지를 하는 학교가 상당히 많았고, 그 이후에는 등교 중지 일수는 줄어들지만 비대면에 기반한 수업방식이 상당히 오랫동안 채택됐다. 지난해 들어 대면수업과 비대면이 함께 혼합된 방식의 수업들이 진행됐고, 올해 2학기부터 대면수업들이 많이 채택됐다.

실업급여 수급자 중 여성들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점은 이와 연관됐다는 분석이다. 비대면수업이 확산되는 경우 학생들의 수업이나 생활관리가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지고, 이에 따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란 논리다.

월별 혼인건수 및 출생아수 추이. /자료=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사회적 측면에선 결혼 및 출산 감소와 우울증 증가가 두드러졌다. 혼인건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2021년까지 크게 감소했고, 출생아 수 역시 저출산 현상으로 지속 감소하는 가운데 올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 내원일수 등 사회적 고립 역시 2020년 간헐적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3월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증가폭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홍석철 위원은 "지표상에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최근 들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수가 2021년부터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우울증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또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적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다양한 건강상 또는 개인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자문위는 이날 발표를 통해 감염병 위기와 방역정책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지표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방역·의료 지표로 확인되지 않는 위기계층을 신속하게 파악해 선제적 대응과 효율적 지원이 이뤄지게 하기 위함이다.

홍 위원은"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는 국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국민 삶의 질을 낮췄다"며 "감염병 위기에서 시작된 사회·경제적 위기와 파급 영향 또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평가해 대응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위는 이를 위해 △사회·경제지표 고도화 △지표 세분화 통한 감염병 위기계층 체계적 파악△중장기 지표 개발 중요성 △감염병 위기 및 방역정책에 의한 사회경제적 영향 예측 ·평가 시스템 구축 △정부 각 부처의 지속적인 관심·연구 촉구 등을 제안했다.

홍 위원은 "이번 예비 연구를 통해 사회경제지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감염병 위기가 다각도로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에 대한 실증 연구가 활발히 추진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자문위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생산을 위한 연구 주제를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