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에 서운함 폭발 김기문 회장 "이건 좀 아니지 싶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앞두고 반대 의견을 밝힌 5대 경제단체에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계가 14년째 추진 중인 숙원사업으로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다른 경제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중기중앙회가 이른바 '왕따 신세'가 됐다.


김 회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 5단체가 납품단가 연동제 반대성명을 낸 것에 대해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며 "오래 전부터 추진하던 사업이고, 국회까지 모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 5단체가 뒤늦게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도 "다른 일부 경제단체의 회원사는 99%가 중소기업다. 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지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턱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야가 지난 대통령 선거 주요 과제로 내걸었던 공약이다. 법안에 따르면 위·수탁 계약에서 납품 대금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원재료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게 골자다. 납품 단가 상승폭의 약정서 기재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5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 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대해 "대기업과 싸우자는 게 아니라 상생하자는 취지"라며 "다른 경제단체들이 반대의견을 내는 이유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영 중소벤처기업주 장관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이끌어 왔다. 올해 9월에는 중기부 주관으로 361개 대·중소기업이 참여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관석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올해 하반기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의 성과에 대해 김 회장은 "가장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던 업종이 건설업체인데 최근 부영건설까지 들어왔고 기존에 대기업들은 이미 참여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소상하게 파악하겠다는 취지여서 의미가 있다고 보며 결과도 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는 초기 논의 단계부터 논란이 뜨거웠다. 당사자 간 계약에 제3자인 정부가 개입해 자유 시장경제 근간이 흔들린다는 취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중앙회를 포함해 경제 6단체로 경영계를 대표했으나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선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 5단체는 지난 23일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속도조절을 요구하며 공동성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계약법 원칙 훼손 △중소기업 부담 가중 △한국 법률특수성 등을 이유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반대했다. 성명서에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법안이 시행되면 부작용이 발생해도 되돌릴 수 없다"며 "지난 9월 실시해 361개 대·중소기업이 참여한 시범사업 종료 이후 법제화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법과정에서 △현행법 충돌문제 해소 △통상문제 사전 검토 △예외조항 적용범위 확대 등 세 가지 선결과제를 반드시 해소해 줄 것을 제안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원자재가격이 지난 3월을 정점으로 하락국면에 있는 만큼 6개월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법제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보며, 우려사항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