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었다" 안 통한다…CEO, 중대 금융사고 총괄 책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뉴시1

금융당국이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 대표이사(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관리는 이사회가 감독한다. 또 임원이 내부통제 책임을 직원에게 위임해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사 내부통제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중간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함께 총괄 책임을 부여할 계획이다. 금융지주회사는 회장도 자회사 경영관리 업무 연장선상에서 내부통제를 관리해야 한다.

최근 DLF(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사태 등에서 제기된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책임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표이사가 모든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책임 범위는 사회적 파장이나 소비자·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중대 금융사고'에 한정할 계획이다. 일정 규모·기간 이상의 불완전 판매나 횡령, 사고 피해가 큰 IT전산사고 등을 중대 금융사고로 분류할 예정이다.


또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대표이사를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관리했다면 대표이사의 책임을 경감·면책한다. 조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는 이사회가 감시·감독한다.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관련 의무 이행현황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구할 권한도 부여할 예정이다. 상법상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의무가 내부통제 영역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담당 임원별 내부통제 관련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임원들은 대표이사가 직접 담당하는 중대 금융사고 이외의 금융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책무를 부담한다. 금융사가 스스로 효과적인 내부통제체계를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것도 책임 의무에 포함할 계획이다.

각 임원은 자신의 책무를 다른 직원에게 위임?전가하지 않고, 직접 내부통제 관련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내부통제 관련 권한을 하급자에게 위임해 임원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책임 여부도 불분명할뿐더러 임원의 의도적인 무지와 무관심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일부 나타났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임원이 '알 수 없었다'는 변명이 아니라 사고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과 조치했는지 소명하고, 소명하지 못하면 제재하는 상식을 제도화할 계획"이라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에 법안을 확정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