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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 위험' 최초 신고자…"청년들 비난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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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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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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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박모씨(54)에게 지난달 29일은 여느 다른 토요일과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박씨는 이태원에서 파티룸 대여 사업을 하고 있다. 일은 오후 4시쯤 끝났다. 파티룸 밖을 나오니 이태원 거리가 핼러윈을 이틀 앞둔 기대감으로 들썩거렸다. 참사 후 한 달이 지난 29일, 올해 나이 쉰을 넘긴 박씨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사고가 나기 전까지) 청년들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오후 5시쯤 15세 딸과 남편이 세계음식거리에서 박씨와 합류했다. 박씨가 '사진 한장 찍어도 되나요' 물으면 분장한 청년들은 "그럼요"라 답했다. 박씨는 "청년들이 그날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박모씨(54)의 열다섯살 딸이 핼러윈 분장을 한 한국인, 외국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청년들은 자신이 하루 주인공인 듯 사진 요청을 하면 흔쾌히 들어줬다고 한다. '한국의 핼로윈 문화가 외국과는 다르다고 한다'는 말에 박씨는 "상관 없다"며 "이태원 핼러윈이 외국 복사판이 아니라 우리 고유 문화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사진제공=박모씨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박모씨(54)의 열다섯살 딸이 핼러윈 분장을 한 한국인, 외국인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청년들은 자신이 하루 주인공인 듯 사진 요청을 하면 흔쾌히 들어줬다고 한다. '한국의 핼로윈 문화가 외국과는 다르다고 한다'는 말에 박씨는 "상관 없다"며 "이태원 핼러윈이 외국 복사판이 아니라 우리 고유 문화가 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사진제공=박모씨
참사를 4시간쯤 앞둔 시점이었다. 박씨 가족은 이태원역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다. 그러려면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통해 세계음식거리를 빠져나가야 했다. 50m 정도만 걸으면 됐다. 하지만 골목에 가까워질수록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박씨는 "종이 한장 들어갈 여유가 없을 정도였다"며 "이미 뒤따라온 사람들 때문에 뒤돌아갈 수도 없었다"고 했다.

오후 6시쯤부터 참사 골목은 인파 흐름에 떠밀리듯 움직여야 할 정도로 사람이 빼곡했다. 박씨도 뒷사람에게 계속 밀렸다. 자칫 키 155cm 중학생 딸을 덮칠 것 같아서 박씨는 딸을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은 골목 옆으로 비켜섰다. 당시 사람들은 빈공간에 떠밀리는 식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남편은 결국 딸을 놓쳤다. 키 작은 딸은 성인 남성들 사이에서 숨 쉴 공간을 찾지 못했다. 딸이 헐떡이자 옆에 중년 남성은 '여기 아이가 있어요' 외쳤다. 사람들은 서로 촘촘이 붙어서 딸에게 숨 쉴 공간을 내줬다. 딸은 나중에 그때를 떠올려 박씨에게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고 했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모습. 사진 속 골목 끄트머리에 해밀톤호텔이 있다. 당시 오후 6시쯤부터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자기 의지대로 걷지 못하고 떠밀려 걸어야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사진제공=박모씨(54)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모습. 사진 속 골목 끄트머리에 해밀톤호텔이 있다. 당시 오후 6시쯤부터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자기 의지대로 걷지 못하고 떠밀려 걸어야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사진제공=박모씨(54)
박씨 가족이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 시간은 오후 6시30분쯤이었다. 박씨는 112에 전화를 하고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로 들어가는 길인데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고 했다. 참사 당일 '압사'를 언급한 첫 신고였다.

박씨가 압사를 떠올린 이유가 있었다. 30여년 전 고등학생 때 박씨는 방송국 콘서트에 갔었다. 제작진이 문을 열자 뒤에 기다리던 여고생들이 우르르 몰렸고 박씨는 밀려서 앞으로 넘어졌다. 박씨 위로 여고생들이 포개졌다. 누구도 다치지 않았지만 박씨는 '이러다 죽겠구나'라 생각했다. 박씨는 방송국을 나와서 울었다. 그때까지 박씨는 신발 한짝을 잃어버린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박씨는 가족과 집에서 저녁을 먹고 밤 10시쯤 설거지를 했다. 딸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화면을 보여주더니 "엄마 이태원에서 사고 났어"라며 "두명이 죽었대"라고 했다. TV를 틀었지만 아직 사고 얘기는 없었다. 박씨는 딸에게 "가짜뉴스겠지"라고 했다. 밤 11시쯤 방송 뉴스에 이태원에 압사 사고가 났고 수십명이 CPR(심폐소생술)을 받는다고 나왔다. 사상자는 불어났다. 박씨는 잠을 잘 수 없어 밤새 TV 뉴스를 봤다.

이튿날 아침 허리가 아팠다. 정형외과 의사는 '근육 위축'이라고 했다. 전날 인파에 휘말린 후유증이었다. 보름쯤 병원에 다녀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박씨는 결국 대상포진 진단까지 받았다. 잠을 못 자는 등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박씨는 "내 상태가 이런데 유족들은 어떻겠나"라며 "정신적으로도 당연하지만 몸도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했다.
참사가 발생한 서올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 29일 기준 폴리스라인은 제거됐다./사진=뉴스1
참사가 발생한 서올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 29일 기준 폴리스라인은 제거됐다./사진=뉴스1
박씨는 사람들이 청년들을 비난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씨는 "지금 20~30대 청년들은 10대 때부터 학원 생활하며 큰 세대다. 그들이 매일 공부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외국 청년들을 보라. 얼마나 활동적인가"라며 "참사 당일 안전대책 마련에 문제가 있었다는데 '왜 대비가 부족했는지' 인정하는 사람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을 맞은 29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도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입건된 이들은 경찰·소방·지자체 공무원 등 18명이다. 1차로 입건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는 마무리 수순이다. 이번주 구속영장 청구 등 피의자 신병처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달 10일 전후쯤 특수본의 수사도 반환점을 돌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입건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송치 여부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다. 특수본 수사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지휘부, 행안부, 서울시 등 윗선에 대해서는 아직 입건된 피의자가 없어 이들에 대한 수사 상황까지 고려하면 수사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책임소재 수사 외에도 사고 원인 규명도 요구된다. 특수본은 참사 현장을 재구성한 컴퓨터 3차원(3D) 시뮬레이션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이미 받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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