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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현명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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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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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저는 기대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한마디에 금융권이 술렁거린다. '관치'가 부활했다는 말이 나온다. 당사자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

금융권은 '현명한 판단'을 '소송하지 말라'고 읽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정례회의를 열었다. 우리은행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인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중징계) 상당의 제재안을 확정했다.

손 회장은 앞서 금감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해 중징계를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이겼다. 금감원은 막판까지 고심하다 대법원에 상고했다. 중징계 당시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손 회장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열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은 연임을 확정했다.

하지 말라는 소송은 가처분일까, 본안 소송일까. 손 회장이 연임하려면 가처분을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안이 효력을 발생하면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 말라는 소송이 가처분이라면 연임을 포기하라는 의미다. 손 회장은 내년 2월초까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 말라는 소송이 본안 행정소송일 수 있다. 손 회장과 DLF 최종심을 다투고 있는 금감원으로서는 손 회장이 행정소송에 나서지 않는다면 다소 유리한 입장에서 DLF 최종심에 임할 수 있다. 하지만 법리가 아닌 '주먹'(포기하라는 압박)으로 소송을 이기려고 한 건 아닐테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게다가 행정소송은 국민으로서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기본 권리까지 막을 순 없다. DLF 1심과 2심에서 이긴 손 회장이 비슷한 논리의 이번 행정소송을 포기하면 DLF 최종심에 미치는 영향을 모를 리 없다. 손 회장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명한 판단은 가처분을 신청하지 말라는 의미가 강하고 연임을 포기하라는 의미다. 물러나라는 말인데 이 원장의 다른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원장은 현명한 판단이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외적, 정치적 외압, 이해관계 외압 등에 맞서고 대응하는 것은 20여년간 전문성을 가지고 해온 분야"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4일에도 이 원장은 "소위 말하는 외압,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수협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관료 출신 인사가 고배를 마시고 내부 출신의 강신숙 행장이 선임됐으니 "의도를 가지고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이 원장의 말에 믿음이 간다. 우리금융 회장 후임 선정 과정에서도 당국은 외압을 가하지 않을 것이고 낙하산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손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라고 하는 건 라임펀드 사태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이 원장은 "일부에서 마치 일선 창구에서 벌어진 일을 본부에서 어떻게 아냐라고 하는데 라임 건은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선 "후임자 물색 과정에서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있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책임져야 할 일을 했다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사회는 CEO(최고경영자)를 선정할 때 당연히 법률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이 원장의 말을 옳다.

[광화문]현명한 판단
하지만 정말 책임을 져야 하는지, 법률 리스크가 있는지, CEO로 적절한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닐까. 금감원이, 금융위가 1차적으로 판단했지만 어디까지나 행정부의 판단일 뿐이다. 자신의 판단만 옳다고 하면 아집이 시작된다. 행정부의 판단이 절대적이라고 보면 '관치'가 시작된다. '관치'가 아닌 '법치'가 바로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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