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까지 나섰다... 中, 위드 코로나 속도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봉쇄 반대 시위 이후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정부를 시작으로 관영 언론들이 위드 코로나 불을 지피더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쐐기를 박고 나섰다.

4일 베이징시에 따르면 5일부터 베이징시 버스와 지하철 이용 시 48시간 유전자증폭(PCR)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 내 젠캉바오(개인 건강 QR코드) 스캔이 필수였다. 만약 승객의 젠캉바오 내 PCR 검사 결과가 48시간을 넘겼거나 양성이 나오면 탑승이 거부됐다. 베이징시 교통위원회는 "버스와 지하철 사업자는 승객 건강 정보를 확인하되 48시간 PCR 음성 증명서가 없더라도 탑승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 옆 도시 톈진도 베이징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한편 광둥성 선전시는 버스와 지하철에 더해 택시까지 PCR 검사 결과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선전시는 실외 공원 입장객 역시 PCR 검증 과정을 없앴다. 앞서 베이징, 광저우, 충칭 등 대도시들은 집에만 있는 사람들은 정기 PCR 검사를 받을 필요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PCR 검사는 중국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꼭짓점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어느 곳을 방문하든 PCR 검사는 필수였다. 심지어 집으로 돌아갈 때도 PCR 결과를 요구하는 아파트 단지도 많았다.

대중교통에서 이 절차를 없앤다는 건 기하급수적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PCR 검사 결과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검사장에는 항상 대기자가 많았다. 여전히 상점이나 공공장소 입장 시 해당 절차가 있고 절차 조정 방침을 나오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완화 지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감염자 또는 밀접 접촉자를 강제로 격리 시설로 보내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방정부들이 명확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자가 격리로 대체되는 모습이다. 실제 베이징 차오양구 내 한 동네에서 지난달 30일 코로나19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에 대해 자가 격리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가 몇 시간 뒤 삭제했다. 해당 지역 주민위원회는 다수 자가 격리자 집에 식량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만나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델타 등 변이보다 덜 치명적이라고 언급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시 주석의 발언이야말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이 거침없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핵심 징후다.

최근 쑨춘란 부총리의 2차례 좌담회 관련 보도문에 '제로 코로나'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나 관영 인민일보가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성이 낮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시 주석이 쐐기를 박는 모양새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중국에서 완전한 위드 코로나 시행을 위해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저우자퉁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 질병통제센터장은 '상하이 예방의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당장 방역 조치를 완전히 해제했을 때 중국 본토 확진자 수가 2억3300만명에 이르고 2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 합동 방역통제기구가 '고령 인구 대상 코로나19 예방 접종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공지'를 발표한 건 노인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다.

추가 접종 공지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90% 이상은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며 "그러나 79세 이하, 특히 80세 이상 인구는 전체 백신 접종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의 90.7%가 1차 접종, 86.4%가 추가 접종을 마쳤다. 반면 80세 이상은 1차 접종률 65.7%, 추가 접종 접종률은 40%에 그친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60~79세 추가 접종 접종률을 95%, 80세 이상은 90%까지 높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