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신선한 공기, 풀 먹고 자랐더니…동물복지 닭은 뭐가 다를까

실현지 한 관계자가 사육중인 닭들에 사료를 주고 있다. 넓은 평사식 계사 안에는 암탉과 수탉이 함께 살고 있고, 닭들은 모래욕과 일광욕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실현지에서 관리하고 있는 약 2만평 규모의 초지 모습.

"저희 초지가 약 2만평 가량 됩니다. 보통 닭한테 풀을 먹이는 농가는 극히 드물죠. 전국 양계 농가중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풀은 소화기관을 발달시키고 계란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동시에 색을 진하게 하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이런 장점 외에도 우리가 풀을 먹이는 건 이게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김상보 야마기시즘실현지영농조합법인 대표)

경기도 화성시 향낭읍에 위치한 야마기시즘실현지영농조합법인(이하 실현지)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진짜 달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그 어느 곳보다 크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곳에서 생산된 달걀을 '생명력이 넘쳐 흐르는 알'로 부르기까지 한다. 건강한 생명이 태어날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어 생명력이 넘쳐 흐른다는 것이다.


실현지를 처음 접한 이들은 이름이 생뚱맞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야마기시즘은 일본인 야마기시 미요조(山岸巳代藏, 1901~1961)가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고안해 낸 기조로, 전쟁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영원한 행복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야마기시 미요조씨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을 닭 사육에 적용하면서 야마기시식 양계가 시작됐다.

우연히 야마기시즘을 접한 김상보 대표는 1984년 고향인 경기 화성 산안마을에 이를 구체화하는 실현지를 조성했다. 산안마을은 야마기시(山岸)의 한국어 표현으로 조용하고 편안한 마을이란 의미를 지녔다. 주민들은 1996년 야마기시즘실현지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산안마을의 모든 재산을 법인에 귀속시켰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양계장은 주민들의 공동소유로 했다.

이 곳의 양계 사육방식은 여느 농장과 확실히 다르다. 대부분의 산란계 농가에서 도입한 '공장식 운영'과 달리 자체적인 기준을 적용, 운영한다. 1㎡당 4마리 이하라는 자체 기준을 적용해 밀집도를 낮췄다. 넓은 평사식 계사 안에는 암탉과 수탉이 조화롭게 함께 산다. 바닥은 풀, 볏짚, 왕겨, 톱밥, 나무 부스러기, 흙, 작은돌, 굴 껍질 등이 미생물에 의해 발표돼 악취가 거의 없다. 보슬보슬하게 마른 계분 위에서 닭들은 모래욕과 일광욕을 마음껏 즐긴다. '약 없이도 스스로 건강관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현지는 병아리를 건강한 닭으로 키우기 위해 어릴 적 부터 신선한 풀과 단단한 현미를 배부르게 먹게 한다. 이를 통해 어떤 것도 소화해서 흡수할 수 있는 튼튼한 위장과 장을 갖게 도와준다.

실현지 양계장 모습. 사계절 변하는 태양의 고도에 따라 계사 구석구석 모든 곳에 따뜻한 햇빛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계사는 햇볕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게 설계됐다. 계사는 앞뒷면이 철망으로 둘처져 있고, 유선형의 지붕구조로 돼 있어 공기순환이 원할하게 이루어 진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데 닭도 마찬가지다. 건강할 수 밖에 없다. 또 친환경 농업으로 닭들의 면역력을 높이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활동력이 떨어지는 산란계를 따로 관리한다.

건강한 닭이 되기위한 노력은 병아리 사육부터 시작된다. 신선한 풀과 단단한 현미를 배부르게 먹여 어떤 것도 소화·흡수할 수 있는 튼튼한 위와 장을 갖게 된다. 또 직접 재배한 풀은 풀김치(발효된 풀)로 닭의 사료로 제공되고 있다.


실현지 김한결씨는 "매일 풀을 먹고 자란 닭은 소화기관이 발달해 소화흡수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영양분을 모두 흡수하고 나온 계분은 1년이상 잘 발효시켜 풀을 키우는 거름으로 주고 있다"며 "양계를 해서 주변 환경이 더 좋아지고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살충제 파동이 전국을 강타한 2017년에도 실현지 농장 달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실천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일단 성공적이다. 처음 양계장을 시작할 당시 양계사 2동에 병아리 5000마리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계사 21동에 닭 3만 8000수를 사육하고 있다. 하루 2만개의 계란을 생산, 연 매출은 20억원에 달한다.

이명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동물복지 농장은 국민건강은 물론 생산자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윤지적 소비 기회를, 생산자에게는 지속가능한 축산기반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