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약 연상" 업계반발에…살아남은 그 이름 '제네릭'

'제네릭'(generic)의 국내 공식 명칭을 '복제약'으로 바꾸려 한 보건당국의 시도가 무산됐다. 제네릭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짜'를 연상케 하는데, 이보다 더 직관적으로 부정적 느낌을 주는 이름을 붙여선 안된다는 제약업계 반발 탓이다.

국민들이 보건복지 전문용어를 보다 쉽게 사용토록 하겠다는게 당국 설명이었지만 업계 반발을 막지 못했다. 마침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를 불러올 수 있는 약가참조국 확대 방안도 추진중이어서 업계에선 제네릭 명칭 변경 시도 역시 제네릭 약가 인하를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5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 제정안'을 발령하고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보건복지 전문용어가 보다 쉬운 말로 바뀌었다. △'경구투여 약'은 '먹는 약' △'모바일 헬스케어'는 '원격 건강 관리'△'CT'는 '컴퓨터 단층 촬영'△'자동제세동기'는 '자동 심장 충격기'△'객담'은 '가래'△'예후'는 '경과'△'수진자/수검자'는 '진료받는 사람/검사받는 사람'△'홈닥터'는 '가정 주치의' 등으로 표준화됐다. 이렇게 표준화된 용어는 앞으로 소관 법령 제정·개정과 교과서 제작, 공문서 작성 및 국가주관의 시험 출제 등에 활용된다.

바뀐 용어 가운데 행정예고기간 용어 변경 계획에 포함됐던 '제네릭→복제약' 변경안은 빠졌다. 용어에 대한 각계 의견수렴절차를 밟는 동안 제약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친 탓이라는게 보건의료계 중론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그동안 이 같은 용어변경 계획에 대한 볼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미 제네릭이란 명칭 자체가 부정적인데 용어 변경을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오히려 더 커질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네릭이라는 명칭 자체가 이미 '카피(copy)', '복제' 혹은 '가짜'를 연상케하기 때문에 업계는 2015년 제약바이오협회 차원에서 제네릭을 대체할 '좋은 이름'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업계는 정부 유관부처에 제네릭 대신 '후발의약품'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본에서도 제네릭 대신 후발의약품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상태다.

제네릭이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네릭은 인체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이 오리지널약과 얼마나 동일한지를 평가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거쳐 개발되는 엄연한 '약'이어서 무작위로 원본에 대한 사본을 만드는 과정과는 다르다는 것.

일단 용어 변경은 업계 뜻대로 없는 일이 됐지만, 제네릭 약가 인하 의지가 강한 당국이 보다 부정적 느낌을 주는 용어 변경을 통해 약가를 끌어내릴 명분을 쌓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를 불러올 수 있는 규정 개정도 추진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 현행 7개국인 약가 참조국에 호주와 캐나다를 포함하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 평가기준 및 절차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사전 예고한 상태인데 호주의 경우 일부 제네릭 가격이 한국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 국가가 아닌 호주는 대체로 저렴한 수입 약을 도입해 사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주 등이 약가 참조국에 포함되면 추후 제네릭 가격이 인하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결국 여전히 제네릭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 제약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신약 개발 동력 둔화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