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또 백신 구걸하고 치료제 구하러 다닐건가" 일침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정기석 코로나19(COVID-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이 다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기술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도 백신과 치료제 기술 확보가 늦었다며 관계부처에 대해 일침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5일 정 위원장은 "대규모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감염병 연구개발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전략적인 투자와 개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백신과 치료제는 민관이 협력해 핵심 기술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임상연구 지원과 관련한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늦었다"며 "그래서 늦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기 때문에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음 팬데믹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전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또 백신을 구걸하고 치료제를 안타깝게 구하러 다니고 하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긴급상황에서도 기존에 개발된 시스템과 기술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연계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염병 긴급대응 연구개발 체계도 마련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가 백신 주권을 외친 지가 10년이 훨씬 넘었다"며 "그동안 우리는 뭘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충분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서 어떤 준비를 못했기에 우리는 백신에 관한 한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국가 차원의 감염병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백신·치료제 등 핵심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와 소관 부처를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재편해야 된다"며 "지금도 거버넌스가 있지만 지금 같은 거버넌스로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10년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와 감염병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주무부처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총괄 편성하도록 역할의 확대와 개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우리 정부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 비용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우리나라 예산 중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무려 30조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정작 급할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는 왜 이렇게밖에 되지 않았느냐, 국산 백신 하나 개발로 끝나버렸느냐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그것보다 더 높은 수준을 원하고 그렇다면 더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부처가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예전 질병관리본부장 시절 일화도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제가 질병관리본부장을 하면서도 질병관리본부에 관련된 R&D(연구개발)가 저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다른 부처에서 결정해서 일괄적으로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고 그 당시 민간에서 처음 공직을 수행하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모이는 부처가 주무부처가 되고, 그 주무부처를 도울 수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협심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 감염병에 대비하는 R&D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