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 본격화…'PB우유'에 힘주는 유통가

편의점 CU에서 PB(자체브랜드) 우유를 살피고 있는 소비자. /사진=BGF리테일

원유가격이 상향 조정되면서 유회사들이 우유가격을 올리자 소비자들이 유통업체의 PB(자체브랜드) 제품을 찾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PB 우유 제품값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모객을 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1ℓ당 996원으로 전년 대비 49원 올린 뒤 유업체가 연달아 가격을 높였다. 지난달 말 1000㎖에 2700원대였던 서울우유는 2890원이 됐고, 남양우유와 매일우유도 9% 넘게 뛰었다. 국내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의 1ℓ 우유 가격은 평균 2794원이었다. 이 때문에 PB(자체브랜드)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우유 등의 가격 인상 이후 CU에서 PB우유인 'HEYROO 흰 우유' 1ℓ의 매출은 전년 대비 17.8% 신장했다. PB 우유가 마케팅 비용 절감과 유통 구조 단순화 등의 이유로 일반 브랜드 우유보다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일반 제조사들이 제조했어도 PB우유 라벨이 붙은 우유는 훨씬 더 싸게 판매된다. 예컨대 홈플러스는 부산우유농협이 생산하는 '심플러스 1등급 우유' 900㎖ 2개입을 3490원에 판다. 건국유업에서 생산한 롯데마트의 PB우유 '온리프라이스 1등급 우유'는 930㎖ 2개입을 3500원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피코크에서 각각 '굿모닝 굿밀크'(부산우유, 데어리젠 생산) 1ℓ에 1580원, '더 클래스'(남양유업 생산) 900㎖를 1984원에 팔고 있다.

대형마트 3사 외에도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편의점), GS더프레시(SSM)과 GS프레시몰(e커머스)은 남양유업과 부산우유가 생산하는 '1974우유 1A'를 900㎖ 1980원에 내놓고 있다. CU 역시 매일유업이 생산한 'HEYROO 흰 우유' 1ℓ를 2400원에 판매한다. e커머스 컬리는 연세우유가 생산하는 '전용목장우유 1A등급'을 900㎖ 2070원이다. 쿠팡의 경우 건국유업이 생산하는 '신선한우유 1A'를 900㎖ 2개입에 3950원에 판매한다.

PB우유 인기에 유통업계는 행사 품목에 PB우유를 포함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CU는 이달 말까지 삼성카드로 결제 시 PB우유인 'HEYROO 흰우유 1ℓ' 등을 즉시 30% 할인한다. HEYROO 흰우유 1ℓ의 할인가는 1680원이다. 여기에 통신사 할인을 추가 적용하면 148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앞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외식 가격이 올라가면서 편의점인 CU는 도시락, 김밥, 버거 등을 구입하는 고객이 늘어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는데,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으로 우유를 초저가 행사품목으로 지정해 객수를 늘리고 실적 상승을 이끌겠다는 게 유통회사들의 의도다.


유통업계는 당분간 PB우유 가격을 동결한다는 방침이다.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차원에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PB 제품의 경우 가격 결정권이 제조업체인 마트에 있다"며 "일부 마진을 포기해야 하긴 하지만 당분간 PB우유 가격에 대한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