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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깜깜이 배당을 없애면 시장 패러다임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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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범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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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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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 절차가 불투명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늘 이렇게 답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점,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등을 물을 때면 이 답을 되풀이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 중 하나도 '불투명한' 배당 절차 해결이었다.

금융당국을 비롯 정부는 이 답을 수백번 들었다. 다만 흘려 들었다. 본질을 간과했다. 원론적 언급으로 받아들였다. 그저 낮은 배당 성향, 재벌 체제 속 대주주 중심의 배당 행태 등을 지적한 것으로만 이해했다. 지배구조 개선, 배당 세제 개편 등의 해법은 자연스런 문제풀이 결과였다.

효과는 없었다.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써내려간 답이니까. 2021년 현재 우리나라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19.14%다. 영국(48.23%), 독일(41.14%), 미국(37.27%) 등은 물론 일본(27.73%)에도 못 미친다.

# 금융당국은 늦었지만 '불투명'에 주목하고 의미를 되물었다. "배당액이 얼마인지 모른 채 주식을 살 수 있나요. '깜깜이' 투자죠."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배당금이 많은지, 적은지는 투자할 때 판단하면 됩니다. 배당금이 얼마인지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불투명'은 말그대로 '깜깜이'라는 의미였다. 재벌의 행태가 아닌 절차의 문제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통상 12월말 주주를 배당 대상으로 확정한 뒤 이듬해 4월 배당금을 지급한다. 얼마가 배당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증권사 전망, 그간 배당 추이 등에 기댄 채 배당주에 '베팅'하는 셈이다.

배당받을 사람을 확정하고 배당액을 결정하는 게 수순이라는 착각에 빠져 '불투명'의 문제를 놓쳤다. 이 수순을 따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입만 열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해 온 정부가 국제 기준에서 동떨어진 채 엉뚱한 문제풀이만 해 왔던 셈이다. 배당에 관심 있으면 일단 사라고 한 뒤 금액은 4개월 뒤에 알려준다는 것은 코미디일 뿐인데.

# 선진국은 배당금액을 먼저 결정한다. 상장사가 배당금액을 공시하면 투자자들은 매수, 매도, 보유 등을 판단한다. 배당은 실적 못지않게 시장의 평가 지표로 자리 잡는다. 추상적 주주친화가 아닌 실제적 주주 친화가 이뤄진다.

겉으로 보면 작은 절차 개선이지만 기대 효과는 상당하다. 당장 자본시장 참여자의 목표가 달라진다. 지금은 모두가 주가만 바라보며 매매 차익만 바란다. '5만 전자' '7만 전자' 만 중요하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배당엔 관심이 없다.

개인 투자자건, 외국인 투자자건 똑같다. 다른 선진국 시장에 가면 널린 게 고배당 종목들인데 낯선 한국 시장에서 깜깜이 투자를 감행할 무모한 외국인 투자자는 없다.

반면 배당이 중요한 시장 지표가 되면 수급 저변이 넓어진다. 장기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 이유로 개인의 직접 투자 비중이 높다는 게 꼽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안타깝다.

목돈을 쥔 고령층은 주식시장을 떠난다. 그들에게 매매차익은 두렵고 버겁다. 눈을 상가 투자 등 부동산으로 돌린다. '부동산 불패' 때문은 아니다. 현금 흐름에 대한 갈증이 강하다. 적은 월세라도 고정적 현금 수입만큼 달콤한 게 없다.

자본시장에 자금이 들어와도 시원찮을 판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니 시장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배당금이 통장에 꾸준히 꽂히면 돈은 시장에 고여있기 마련이다.

배당절차 개선이 주주 친화, 자본시장 수급 확충, 장기 투자 유도 등 선순환을 만들 뿐 아니라 고령화 시대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면 비약일까. 작은 듯 보이는 정책 하나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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