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명의 도용해 공모전 싹쓸이한 사진작가 부부...주죄측"필터링 강화"

전남관광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전남관광공모전'에서 사진작가 부부가 가족을 동원해 대리출품해 1000만원에 가까운 상금을 수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전남관광재단 홈페이지

전남관광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전남관광공모전'에서 사진작가 부부가 가족을 동원해 대리출품을 통해 2년간 1000만원에 가까운 상금을 수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남관광재단은 뒤늦게 논란이 된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반환을 추진하면서 사과문을 올렸다.


전남관광재단은 지난달 9일 '2022 전라남도 쉼·맛·멋 관광사진 공모전' 선정 결과를 공고했다. 선전 결과과 공개되자 사진동호회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됐다. 선정결과는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가리고 휴대폰 마지막 네자리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발표했는데 휴대폰 번호 마지막 네자리가 같은 사람들이 은상과 동상, 입상 등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2022 전라남도 쉼·맛·멋 관광사진 공모전' 선정 결과 일가족이 대리출품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전남관광재단

결과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족명의를 도용한 대리출품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재단은 출품작 사진파일 메타정보를 모두 확인했다. 사진 파일의 메타정보를 통해 카메라 제조사와 기종을 확인할 수 있다. 재단 측 확인 결과 가족으로 의심되는 ㄴ씨와 ㅇ씨 2명이 제출한 파일은 모두 다른 카메라에서 촬영한 작품이었다. 이에 ㄴ씨는 대리출품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재단에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2021 전남 숨겨진 관광지 대표음식 사진 공모전'에 ㄴ씨 가족이 출품한 다섯 작품이 모두 한 카메라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ㄴ씨는 태도를 바꿨다.

재단 측 조사결과 ㄴ씨와 ㅇ씨는 부부였고 이들은 기성 사진 작가였다. 이들은 자신과 자녀의 이름으로 작품을 출품해 지난해 공모전에서만 금상과 동상을 수상하고 두 작품은 입선하면서 45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런 사실은 재단 홈페이지 온라인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지난해 공모전 출품작의 사진 메타정보를 찾아 비교하면서 밝혀졌다. 이후 재단 측은 ㄴ씨에게 재 올해 출품작에 대한 의혹이 사실인지 재차 묻자 ㄴ씨는 '모두 자신의 작품이었다'라며 대리출품 사실을 인정했다. ㅇ씨 2명은 ㄴ씨의 자녀와 아내였다.

재단 측은 지난 2일 ㄴ씨일가의 지난해 공모전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반환에 나섰다. 올해 공모전에서도 ㄴ씨 일가 3명이 제출한 작품은 은상 1개, 동상 3개와 입선 1개를 수상했지만 ㄴ씨가 대리출품 사실을 인정하면서 입상이 철회됐다.

2022 전라남도 쉼·맛·멋 관광사진 공모전' 선전 과정. /사진=전남관광재단

올해 공모전 결과가 발표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2일 재단 측은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올리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재단 측은 사과문에서 △투명한 심사제도 운영 △사진 메타정보 비공개 시 심사 대상 제외 △대리 출품 시 5년간 출품 금지 △ 1인 1수상 원칙 준수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앞서 ㄴ씨 일가가 여러 상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한 사람이 3점을 출품할 수 있고, 최대 3개의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남관광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전남관광공모전'에서 사진작가 부부가 가족을 동원해 대리출품해 1000만원에 가까운 상금을 수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전남관광재단 홈페이지

일부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회원들은 심사 과정의 공정성과 전문 사진작가들의 출품을 허용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제출된 작품이 3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종 단계에 진출한 작품들은 원래 점수차이가 크지 않다"며 "ㄴ씨는 기성 작가였고 이번 공모전에는 출품에 대한 자격 기준이 없는 공모전이었다"고 했다.

재단 측은 "ㄴ씨일가가 지난해 상금을 반환할 뜻을 밝혔고 올해 입상을 철회하고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들어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