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2억명 감염 예측"…14억 중국 '제로 코로나' 역풍

한 의료인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 기차역의 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오히려 감염·사망자 급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됐다. 낮은 백신 접종률과 유효성이 떨어지는 자국 백신만을 고수해온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최근 봉쇄 정책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방역을 완화해 향후 코로나19 급증세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 7일 '수학 모델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할 경우 엄청난 감염과 사망의 파고를 예측한다'는 다수의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다. 사이언스는 영국 기업 에어피니티(Airfinity)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에어피니티는 빅데이터와 과학적 기법들을 기반으로 대중의 건강 위험 요소들을 사전 예측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면 83일간 최소 1억6700만명에서 최대 2억7900만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 인구가 14억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올겨울 최대 5명 중 1명은 감염될 수 있다는 수치다. 이 여파로 130만명에서 최대 21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도 봤다.

앞서 지난 5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당시 중국의 백신 접종률에 따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면 6개월간 1억1200만명이 감염되고 270만명이 중환자 집중치료실(ICU)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망됐다. 사망자는 160만명으로 예측됐다.

중국 난징에서 시민들이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일괄 접종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지난해 겨울 우리나라처럼…중국 코로나 폭증하나
중국은 3년간 한 명만 감염돼도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전원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해 감염자를 찾아냈다. 그 결과 누적확진자는 179만명으로 인구수 대비 낮은 확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봉쇄 정책이 3년간 이어지면서 최근 민심이 동요했다. 방역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는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로 번졌다. 이에 중국 정부도 지난 7일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하는 '10가지 방역 추가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주거지 장기 봉쇄, PCR 검사 등 주요 제한을 해제했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중국이 방역을 해제하면 감염 폭증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국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들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방역을 완화하며 집단 면역을 끌어올렸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겨울 코로나19 급증세가 이어진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봉쇄 정책만을 일관했다.

중국 코로나19 추이. /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닉 윌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공공보건학부 교수는 사이언스에 "중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최상의 백신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런 요소는 (중국의 방역 정책을) 봉쇄에서 억제·완화로 전환하는 필요성을 늦췄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노인들이 백신 접종 이득보단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이다. 중국 백신의 낮은 효능도 폭증세를 예측하는 근거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팜, 시노백 백신 등은 불활성화 백신으로 모더나, 화이자가 만든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보다 효능이 떨어진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 백신 접종만을 허용하고 있다.

시 첸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 과학자는 "방역 정책을 너무 급하게 완화하면 (의료) 자원이 부족해지고, 의료 시스템이 붕괴돼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달 27일 정부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고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주민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백지’를 들고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밤샘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