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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이야기]세계 1위 한국 가전 안 쓰는 '애국자'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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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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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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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31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 이야기,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하이얼의 가전 브랜드 싼이냐오. / 사진 = 하이얼 제공
하이얼의 가전 브랜드 싼이냐오. / 사진 = 하이얼 제공
"한국 가전 제품은 이미지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차라리 독일·영국 제품을 쓰거나 싼 맛에 중국산을 쓰는 게 낫죠."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A씨(36)의 주방에는 하이얼·메이디 등 '메이드 인 차이나' 가전제품이 즐비하다. 요리를 즐겨하기 때문에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는 독일 지멘스 사의 제품을 쓴다. A씨의 냉장고를 본 손님들은 '리하이'(대단하다)라며 엄지를 세운다. A씨는 "독일 제품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명품 이미지가 있어 긍정적"이라며 "성능 차이는 체감이 적지만 충분히 돈을 쓸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가전 시장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위축되고 있으나, 현지 가전 업체들은 여전히 신바람을 내고 있다. 탄탄한 내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주요 3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올랐다. 한국 가전 기업이 현지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 업계는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제품 선호와 낮은 구매력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에 대문 잠근 중국, '메이드 인 차이나'는 여전히 잘 나간다…'궈차오'가 뭐길래


/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중국 정부는 3년간 코로나19 확진자를 제로(0)로 유지하는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쳐 왔다. 격리와 봉쇄가 잇따르면서 외부 활동이 중단되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중산층의 구매력이 저하되면서 성장이 멈췄다.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면서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가 방역 완화를 선언했으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3.2%대로 전망된다.

가전 내수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가전산업센터와 중국가전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가전제품의 국내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한 3609억 위안(한화 약 68조원)이다.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 등 전통적인 백색 가전의 수요가 감소했으며 상하이와 베이징, 선양 등 인구 수천만명의 대도시가 봉쇄된 탓이 컸다.

하지만 하이얼·메이디·그리전기 등 중국 3대 가전회사는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 메이디는 올해 상반기 매출 1837억 위안(약 34조원)과 영업이익 160억 위안(약 3조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5.0%, 6.6% 올랐다. 하이얼(1218억 위안)과 그리전기(952억 위안)의 상반기 실적도 각각 9.1%, 4.58% 올랐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의 높은 자국 제품 선호도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달성한 원동력이 됐다. 메이디는 에어컨과 전자레인지 등 7개 가전부문 전체가 올해 상반기 내수용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달 솽스이(광군제) 당시에도 가장 많이 팔린 가전제품 브랜드는 하이얼과 메이디, 샤오티엔이, TCL, 샤오미 등 모두 중국 브랜드였다. 탑 10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8개가 모두 중국 가전 업체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러한 애국 소비를 '궈차오'라고 부른다.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고 쥬링허우(90년대생)과 링링허우(00년생)이 뒷받침하는 자국 브랜드 선호가 가전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후유 칭화대학교 문화창의발전연구소 소장은 "궈차오는 단순히 국산품의 선호를 넘어 국력과 국가 운명이 달려 있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했다. 애국 소비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가전업계는 라오반전기 등 일부 업체 외에 대부분이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저하되고 청년 실업률이 20%대(7월 기준)로 치솟는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되면서 고가의 해외 가전 제품 매출이 하락했다는 평가다. 하이얼의 고급 브랜드인 '카사테'의 냉장고·세탁기 등도 1만 위안대(약 180만원)에 가격군이 형성돼 있다.



한국 가전 살아나려면 '명품' 인식 줘야…"중국인들은 한국 가전 과소비라고 생각해"


한국 가전이 중국에서 다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품' 이미지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궈차오' 추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지멘스(독일)과 파나소닉(일본) 등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해외 기업은 여전히 점유율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1위의 점유율(47.2%)을 확보한 국내 양대 TV 제조사 삼성과 LG가 중국 내에서는 각각 4.1%, 0.1%의 점유율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 특성상 해외 브랜드의 중저가 제품은 경쟁력이 낮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자국 브랜드의 가전 소비를 독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2022 전국 가전 소비절'을 열었다. 징동닷컴과 타오바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하이센스와 하이얼, 메이디 등 자국 브랜드와 협력해 보상 판매를 활성화하고 쿠폰을 발급하는 등 자국 가전 '밀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중국 제조업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올라오면서 한국·일본 등 기업의 가전제품과 품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데, 가격은 2~3배 차이가 나 '챠오치엔'(과도한) 소비라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산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부각하거나 명품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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