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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주민 아닌 주민이 또 죽어나갔다…도움 거부하는 그들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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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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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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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때문에" "빚이 많아서" 전입신고 않는 사람들… '주소' 모르니 복지 지원 어려워

박명진씨(52·가명)가 살던 방 내부 풍경. /사진=김성진 기자
박명진씨(52·가명)가 살던 방 내부 풍경. /사진=김성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의 다세대주택 2층 단칸방에 52세 남성 박명진씨(가명)가 혼자 살았다. 올 초 1층에 살던 집주인은 위층에 한동안 인기척이 없자 아침밥과 김치를 들고 올라갔다가 박씨가 숨을 안 쉬며 누워있는 것을 보고 119를 불렀다. 박씨는 이미 2주 전 사망한 상태였다. 흔히 말하는 '고독사'였다.

서대문구는 고령 1인 가구에 요양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서울시가 고독사를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하는 '안심종합계획'의 일환이다. 휴대전화에 일정 기간 통화 내역이 없으면 구청에 알림이 가는 사업도 병행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박씨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박씨가 10여년간 현저동에 살면서도 '전입신고'를 안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서대문구에 살아도 서류상 구민은 아니었다.

"내가 전입신고하라고 얼마나 설득을 했나 몰라."

지난해 8월까지 현저동 통장을 했던 70대 황모씨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황씨는 박씨를 점잖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재개발을 앞둔 현저동 언덕배기에 취약계층이 모여 산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동네 가게에 외상을 다는 주민이 수두룩한데 박씨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박씨는 몸은 조금 아팠지만 일용직 품팔이로 돈을 벌었고, 술도 먹지 않았다.

박씨가 왜 전입신고를 안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황씨는 '도움받기 싫은 마음' 때문이라 추측했다. '전입신고를 해야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개발되면 혜택을 받을 것'이라 설득할 때 박씨는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다.

3개월 전 같은 동네에서 60대 남성이 고독사했다. 이 남성은 서대문구 구민이었다. 평소 요양관리사, 사례관리사가 남성 집에 다녀갔다. 남성은 숨진 지 3일 만에 동사무소 직원에게 발견됐다.

황씨가 설득해도 전입신고는 본인이 안 하면 그만이다. 현행법상 전입·전출 신고를 강요할 근거는 없다. 그래도 고독사 등 복지 지원을 못 받아 숨지는 비극을 막으려면 기존과 다른 '발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촌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생활고' 알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 25일 오전 8시 30분쯤 모녀가 거주했던 서대문구 빌라 현관문이 폴리스라인에 막혀있다./사진=김진석 기자
지난 25일 오전 8시 30분쯤 모녀가 거주했던 서대문구 빌라 현관문이 폴리스라인에 막혀있다./사진=김진석 기자
지난달 24일 모녀 한쌍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족 동의를 받아 부검을 의뢰했다. 8일 기준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날까지 타살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에 미뤄볼 때 경찰은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건 집주인이었다. 모녀가 발견된 당일 오전 11시쯤 집주인은 원룸 앞에서 모녀를 불렀다. 답이 없자 집주인은 '문을 강제 개방해달라'며 소방을 불렀다. 원룸에 들어갔을 때 모녀는 심정지 상태였다.

숨진 모친은 65세, 딸은 36세였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원룸 문에는 밀린 월세를 뺀 보증금 잔액을 돌려주겠다며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 편지가 붙어 있었다. 모녀가 살던 원룸 월세는 45만원이었다.

모녀는 공과금을 내지 못했다. 원룸 문에는 지난 5~9월 전기료 9만2430원을 미납했다는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

모녀는 최소 2년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지난해 신촌에 이사 왔다. 2020년부터 1년간은 서울 광진구에 살았다. 당시에도 모녀는 각종 요금을 내지 못했다. 광진구에 따르면 모녀는 14개월 건강보험료 96만원을 내지 못했다. 통신비도 6개월, 주민세·지방세도 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생활고를 겪지만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를 위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하고 있다. 모녀는 해당 서비스 지원 대상이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 통신비 체납 등이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지자체에 통보해 해당 가구를 지원하도록 한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포착하는 위기 징후를 34종에서 39종으로 늘렸다. 같은 달 수원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어 공과금을 못 내는 와중에도 지자체가 이를 파악하지 못해 모녀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하자 위기 가구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취지였다.

광진구는 지난 8월 복지서비스 안내를 위해 모녀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모녀가 신촌으로 이사 간 이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녀는 이사 간 신촌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모녀는 신촌에서도 공과금을 밀렸다. 하지만 전입신고가 안 돼 있어서 서대문구청에 해당 원룸은 '무(無)거주지역'으로 돼 있었다.

보건복지부, 지자체는 모녀가 생활고를 겪는 사실을 알고도 숨지기 전까지 주소를 알아내지 못했다. 광진구는 모녀 소재를 파악할 수 없자 지난해 8월쯤 숨진 모친의 남편에게 연락해 '모녀가 어디 사느냐' 물었다. 숨진 모친과 남편이 법적으로 이혼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전해졌다. 남편은 "나도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원해줄 수 있는데...심적 요인, 빚 때문에 전입신고 않는 사람들


지난 3월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숨진 52세 남성의 집 앞 테이블에는 읽지 않은 듯 서대문구청의 노인복지사업 안내문이 버려져 있었다./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3월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숨진 52세 남성의 집 앞 테이블에는 읽지 않은 듯 서대문구청의 노인복지사업 안내문이 버려져 있었다./사진=김성진 기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가구는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저동에는 주민 50여명이 사는데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30여년 주민 김모씨(70대)는 "10여명은 전입신고하지 않은 세입자들일 것"이라며 "몸만 있다 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입신고를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복지 지원 거부'다. 익명을 요구한 구청 관계자는 "복지 지원받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러면 전입신고나 복지 서비스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부채'다. 갚을 빚이 있어서 청구서를 피하고자 전입신고를 안 하는 채무자들이 있다. 신촌 모녀도 카드빚을 7개월간 내지 못했다. 연체된 금액은 8000만원 수준이라고 전해졌다.

주민등록법상 세대주는 이사한 날부터 14일 내로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길 시 처벌할 규정은 없다. 본인이 거부하면 전입신고를 강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입신고를 강제할 수는 없고 위기 징후를 '거주지 기준'으로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촌 모녀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서 이전 세입자가 보건복지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다.

해당 주소 명의자가 아니라 주거지를 기준으로 위기 징후를 포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대문구청은 신촌 모녀 사건 후 위기 징후를 보건복지부가 취합해 지자체로 하달하는 기존 구조에서 징후가 지자체로 직접 접수되는 식으로 시스템을 수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대문구는 아울러 다음달부터 복지순찰대를 운영한다. 이들은 각자 맡은 요일에 정해진 동네 구역을 순찰하며 요금 고지서가 쌓인 우편함 등을 찾아다닌다. 서대문구는 또 분기별로 가스, 수도, 전기 검침원과 요구르트 배달원 등을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명해 위기 징후를 포착하면 신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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