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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공장만 고치란 말입니까" '주 52시간'에 난감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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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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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9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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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5·끝-②숙련공 필요한 작업은 추가인력 구하기도 힘들어…빠듯한 중견·중기는 더 난망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기술혁신과 디지털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의 변화, 해외 인력 수급,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 틀에선 새로운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실제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한 철강업체 현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제품이 쌓여있다./사진=뉴시스
한 철강업체 현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제품이 쌓여있다./사진=뉴시스
# 국내 굴지 철강업체 A사는 최근 현장 설비 고장으로 진땀을 빼야 했다. 고장 자체는 간단한 수리와 보수 이후 재가동이 가능한 정도였지만 주52시간 적용 이후 일시적으로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할 수 없어 예정보다 수리 기간이 길어졌다. 수리는 마무리됐지만 A사는 또 다른 숙제를 받아들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수리는 시간과 공을 들여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대체근무자들의 낮은 숙련도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더라"며 "현장은 각 인력마다 제 포지션이 명확해서 부재시 대체근무자가 꼭 필요한데, 주 52시간 제도 허들로 대체근무 교육훈련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사의 사례는 주 52시간 도입 이후 중화학공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의 단적인 예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고장과 보수에선 기간이 하루만 늘어나도 협력사들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인력운용이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수출일정이 꽉 짜여 돌아가는 상황에서 수출일정 차질은 계약관계에서 민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의 정기대보수 등 사전예고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장의 소명을 전제로 유예해주고 있지만 업계는 현장의 갈증을 풀어주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인력 투입이나 임금 보전 등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외에 뜻밖의 문제점들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고는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지난 2분기에 발생한 탄산가스 공급난도 사실은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대보수 기간 확대 때문에 일어났다는게 업계의 해석이다. 3월을 전후해 진행되는 화학사들의 보수기간이 늘어나면서 부생가스 생산이 줄어들고 관련 가스 수요처들이 사실상 마비됐었다.

정부의 유예 조건을 맞출 수 있고 자체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 현장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줄어드는 부분도 내부적으로 보전해줄 여력이 있다. 반면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하도급 업체들은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도급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화학사 B사 관계자는 "일감을 일정하게 배분받지 못하는 협력사들은 그때그때 떨어지는 일감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공장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고, 가뜩이나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다"며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원청도 당장 적응이 안 된 터라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과 중공업, 화학사들은 숙련된 현장근로 인력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52시간제도가 시행되면서 아예 답을 찾을 수 없는 숙제를 받은 셈이 됐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일감 부족으로 현장인력을 줄였던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기존에 100명이 하던 일을 120~130명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기술숙련도 등을 감안하면 외려 뽑아 쓸 수 있는 사람 수는 더 적어졌기 때문이다.

일 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다는 협력사들의 상황은 원청인 대기업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불황으로 일감 부족을 겪고 있어 굳이 52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은 현장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의는 "대부분 기업들이 유연근로제 사전신청이나 특별연장근로 요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공업기업 C사 관계자는 "자체 인력만으로 공정을 소화하기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업황이 좋아지고 주문량이 늘어났을때 함께 부담해 줄 협력사들이 없다면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적어도 중견중소기업들은 더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적용할 수 있도록 안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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