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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시간도 부족' '52시간 남아' 그때그때 다른데…기업도 노동자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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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암(전남)=김도현 기자
  • 우경희 기자
  • 민동훈 기자
  • 정한결 기자
  •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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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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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5)-끝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기술혁신과 디지털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의 변화, 해외 인력 수급,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 틀에선 새로운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실제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퇴근 후 또 일하러 가는 근로자들...K조선 부활 막는 '52시간'


7일 한 외국인 근로자가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사 동신공업에서 근무하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7일 한 외국인 근로자가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사 동신공업에서 근무하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사람이 줄어드는 데 유니폼이 팔리겠습니까. 하나 남은 유니폼 회사도 2-3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전남 영암에서 만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같이 설명했다. 대불국가산업단지 중심부에 위치했던 마지막 유니폼 회사가 자리했던 자리에는 현재 편의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조선소가 있는 도시에는 유니폼 제작업체가 성업하기 마련이다. 이곳에서는 푸른 유니폼이 근무복이자 정장이다. 결혼식장은 물론 장례식장에서도 유니폼 차림새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있는 영암 대불산단과 이웃한 목포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입주기업의 80%가 조선소 또는 조선기자재 업체가 밀집한 대불산단에 유니폼 회사가 사라졌다는 것은 조선 도시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20만3441명이던 조선업 재직자 수는 지난 7월 말 기준 9만2394명으로 54.5% 감소했다. 생산인력(9만8003명) 유출이 가장 심각했다. 울산·거제 등 다른 조선 메카보다 영암·목포의 유출 규모가 컸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선박 화물창 덮개를 제작·공급하는 주평노 마린텍 대표는 "애초부터 울산·거제보다 인건비가 비쌌다"면서 "배후인구가 가뜩이나 적기 때문에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보다 비싼 값에 직원들을 모집했지만 조선 불황 장기화로 속속 떠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숙식 지원을 약속하면서까지 채용에 나섰지만, 이제는 정말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대불산단 관계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인력 유출을 가속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선박 시장이 급격한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일감이 부족해지고 조선소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조선소와 협력사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철야·특근 등으로 수익을 올렸던 노동자들은 제한된 근무 시간에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때마침 경기·충청 일대서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속속 조선소를 등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유출 속도가 빨라졌다. 2020년부터 조선 경기가 되살아났고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활기를 띠면서 일감이 급증했지만 떠난 노동자들이 되돌아오진 않았다.

업계는 외국인 노동자 확충을 통해 부족한 일손을 채우려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외국인이 사내·외 협력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정부도 일부 규제를 완화해 연내 2657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순차적으로 입국하기로 결정됐지만, 인력난 해갈은 아직 요원하다.

대불산단 입주사 관계자는 정부의 비자 발급 요건이 완화돼 더 많은 외국인이 입국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포함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국인력 유출의 원인이 됐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외국인력을 유치하는 데도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 사외협력사협의회 총무직과 대불산단 입주사 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창수 동신공업 대표는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생각이 큰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근무 시간 제한 조치가 달가울 리 만무하다"면서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완화로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유지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뒤 이곳 산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도 많이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근무시간 감소로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퇴근 후에는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는 농·어촌의 부족한 일손을 돕고 삯을 받는 게 일상화됐다.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부족한 조선소 바깥의 가욋일감을 확보하는 경쟁이 벌어질 정도라고 전해진다.

목포종합수산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어시장에서 주말에만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났다"면서 "대부분 조선소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처음에는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자를 중개 받았지만, 어느새 일상이 되면서 농가와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나름의 커뮤니티를 통해 알바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수 대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산업의 진짜 위기는 인구감소"라면서 "노동집약적 산업 특성상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고, 이들이 숙련공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봤을 때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돈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도 노동자도 거부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규제들이 속히 완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1년 내내 공장만 고치란 말입니까" '주 52시간'에 난감한 기업들




한 철강업체 현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제품이 쌓여있다./사진=뉴시스
한 철강업체 현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제품이 쌓여있다./사진=뉴시스
# 국내 굴지 철강업체 A사는 최근 현장 설비 고장으로 진땀을 빼야 했다. 고장 자체는 간단한 수리와 보수 이후 재가동이 가능한 정도였지만 주52시간 적용 이후 일시적으로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할 수 없어 예정보다 수리 기간이 길어졌다. 수리는 마무리됐지만 A사는 또 다른 숙제를 받아들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수리는 시간과 공을 들여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대체근무자들의 낮은 숙련도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더라"며 "현장은 각 인력마다 제 포지션이 명확해서 부재시 대체근무자가 꼭 필요한데, 주 52시간 제도 허들로 대체근무 교육훈련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사의 사례는 주 52시간 도입 이후 중화학공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의 단적인 예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고장과 보수에선 기간이 하루만 늘어나도 협력사들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인력운용이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수출일정이 꽉 짜여 돌아가는 상황에서 수출일정 차질은 계약관계에서 민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의 정기대보수 등 사전예고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장의 소명을 전제로 유예해주고 있지만 업계는 현장의 갈증을 풀어주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인력 투입이나 임금 보전 등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외에 뜻밖의 문제점들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고는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지난 2분기에 발생한 탄산가스 공급난도 사실은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대보수 기간 확대 때문에 일어났다는게 업계의 해석이다. 3월을 전후해 진행되는 화학사들의 보수기간이 늘어나면서 부생가스 생산이 줄어들고 관련 가스 수요처들이 사실상 마비됐었다.

정부의 유예 조건을 맞출 수 있고 자체적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 현장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줄어드는 부분도 내부적으로 보전해줄 여력이 있다. 반면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하도급 업체들은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도급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화학사 B사 관계자는 "일감을 일정하게 배분받지 못하는 협력사들은 그때그때 떨어지는 일감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공장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고, 가뜩이나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다"며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 원청도 당장 적응이 안 된 터라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과 중공업, 화학사들은 숙련된 현장근로 인력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52시간제도가 시행되면서 아예 답을 찾을 수 없는 숙제를 받은 셈이 됐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일감 부족으로 현장인력을 줄였던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기존에 100명이 하던 일을 120~130명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기술숙련도 등을 감안하면 외려 뽑아 쓸 수 있는 사람 수는 더 적어졌기 때문이다.

일 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다는 협력사들의 상황은 원청인 대기업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불황으로 일감 부족을 겪고 있어 굳이 52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은 현장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의는 "대부분 기업들이 유연근로제 사전신청이나 특별연장근로 요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공업기업 C사 관계자는 "자체 인력만으로 공정을 소화하기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업황이 좋아지고 주문량이 늘어났을때 함께 부담해 줄 협력사들이 없다면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적어도 중견중소기업들은 더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적용할 수 있도록 안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달 기다리니 여름 다 갔다…에어컨 AS 대란 뒤에도 주52시간




/자료사진=뉴시스
/자료사진=뉴시스

#"고객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국내 한 가전회사 AS(사후관리) 부서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여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특히 여름이면 에어컨 수리 요청이 몰려들기에 AS기사들의 업무부담이 극심해지는 시기다. 애써 힘들게 수리를 해주고도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보단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는 불평이 더 많았다. 고객들이야 지나가는 말로 불평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고객만족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사 입장에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법으로 주 52시간 이상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람을 더 뽑지 않으면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걸 회사도, 직원도 안다. 회사에 인력충원을 거듭 요청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A씨는 "여름엔 일이 몰리고 겨울엔 한가한 업종의 특성을 우리 근로기준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탄력적인 주 52시간제 운영은 회사나 종업원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2019년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국내 가전업계에선 매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기업들이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AS 대란은 더욱 심해졌다. 아무리 고객 요청이 밀려있어도 주52시간을 넘는 초과근무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면 몰려드는 AS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가전기업들이 인력을 운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전 AS 경우 다른 업종과 달리 업무량이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통상 AS센터 직원들은 가전제품 전반의 1차적인 수리를 담당한다. 냉장고, 세탁기 등 일반 가전의 경우 1년 내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AS 수요도 일정하다. 하지만 계절가전인 에어컨의 경우 5월부터 8월까지 일이 몰린다. 겨우내 꺼놨던 에어컨을 다시 틀기에 그만큼 AS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어컨 AS 수요에 맞춰 인력을 늘리면 가을과 겨울엔 인력이 남아도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람을 뽑을 수도 없는 구조라는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그나마 삼성전자서비스, LG전자 등 대기업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낫다. 대기업의 경우 자금력도 있고 인력풀도 충분한 만큼 여름철 한시적으로 인력을 충원해 감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여름 에어컨 AS를 받기 위해선 최소 2주에서 최대 한달이상 기다려야 했다. 중소가전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들이 여름철 인력을 싹쓸어가는 까닭에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결국 민간 수리업체로 고객들을 유도하지만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B사 서비스센터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일할때는 초과수당을 받는 방식으로 초과근무를 할 수 있어서 급하면 야간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었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는 초과근무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AS를 받기 위해 하루라도 더 기다려야 하는 고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렌털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수리 기사가 야간에 출장을 나가면 주 52시간제에 위배될 수 있어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AS의 전반적인 만족도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렌털업계의 하소연이다. B사 관계자는 "렌털의 경우 제때 AS를 하지 못하면 해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S가 몰리는 여름철이면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면서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도도 가전AS와 같은 업종에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6개월 정산기간에 1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하는 탄력근로제는 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1주 추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총 근로시간만 정해놓는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이 3개월에 그친다. 1년 단위로 업황이 달라지는 만큼 정산기간을 늘리거나 예외를 허용해 줘야 해결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주 52시간제도의 경직된 운용의 문제는 일부 기업의 브랜드 가치나 경쟁력 하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가전 AS만해도 직접적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당장 폭염을 앞두고 에어컨 수리를 제때 받지 못한 피해는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모든 영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근로시간 규제 방식 자체가 문제"라면서 "제도의 유연한 적용을 허용하되 의무휴식제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52시간제에 발목 잡히는 車부품업계…"유연한 노동정책 필요"




'80시간도 부족' '52시간 남아' 그때그때 다른데…기업도 노동자도 절레절레
"지금은 물량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정상화되면..."

국내 한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닥친 반도체 공급난이 진정되면서 부품업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걸림돌도 남았다. 주52시간제가 대표적으로, 업계에서는 지나친 노동 규제가 사업 정상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부품업계는 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의 주문에 따라 사업장을 가동해 근무시간이 타업종보다 불규칙하다. 주문이 들어와 공장을 가동하는 주에는 80시간도 부족하지만, 없는 주에는 52시간을 채우기도 버겁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화로) 갑자기 주문이 몰려 사람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52시간제에 걸려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면 납품을 못한다"며 "납품을 못하면 (고객사로부터) 페널티를 받고 타격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코로나 확산과 반도체난으로 부품 생산 자체가 차질을 빚어 이같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반도체난이 최근 진정되기 시작하면서 주52시간제가 향후 사업 정상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자동차부품업계는 지난 3년간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이 자동차 부품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1296개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2020년 부품기업들의 매출은 마이너스(-2.8%)로 진입했다.

회복세를 보였던 지난해에는 매출은 올랐지만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수익률은 줄었다. 매출증가율보다 원가상승률이 더 높은 기업은 전체의 약 35%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가 컸다. 철·알루미늄·구리·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전년보다 100% 이상 급등했고, 이를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영업이익률은 1.6%에 그쳤다. 한자연은 "사실상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이익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동 규제가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품업계는 이미 수익률 하락으로 미래차에 투자할 여유가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 총 설비투자액은 3조7840억원으로 전년보다 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와 엔진 설비투자액이 12.3%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노동 규제로 생산 차질이 장기화돼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전환 시점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 한자연 설문 결과 부품기업의 72.6%가 미래차 전환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로 자금 부족(42.25%)이 1순위로 언급됐다.

부품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주52시간제 등의 노동 규제 유연화를 촉구하는 이유다. 강남훈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7일 제31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주 단위 근로시간 제한, 불법파견 판결 등 우리 노동 규제는 여전히 경직적"이라며 "국내에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차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협력적이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완성차업계도 52시간제로 생산 차질을 빚기는 매한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일요일 특근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지나치게 길어진 자동차 출고 일정을 특근을 통해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노조 측에서 "임금보다 건강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결국 무산됐고, 지금까지도 일요일 특근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항구 한자연 연구위원은 "52시간을 현재처럼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바꾸는 등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많은 업계 종사자들도 연장근무 등을 통한 추가 수익을 원하지만, 주52시간제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 "주 52시간 제한 완화, 근로시간 늘리자는 요구 아니다"




7일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7일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지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황용연 노동정책본본부장은 8일 경영계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완화 요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주 단위로 52시간의 근무시간을 규제한데 따른 최대의 피해가 근로의 '유연성'이 사라진 것이며, 노사간 합의에 따라 이 유연함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요구의 핵심이라고 했다.

황 본부장은 "우리나라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현재의 근로시간 규제는 사용자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니즈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총 등 경제단체 연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도 도입 이후 일부 근로자의 근로소득이 하락했고,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검토하고 있는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늘리는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본부장은 "시대가 변했는데도 근로기준법, 노동법은 53년도 공장제 근로자의 틀에 맞춰져 있다"며 "시대상에 맞게 유연하게 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시간 관리 체계가 유연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회사가 부득이하게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에도 현행법상으로는 주 5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제도가 격차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근로시간 규제의 유연성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근로일과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에 대해서는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도 노사간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라며 "장시간 근로는 문제가 있지만 최장 근로시간 규제가 이미 있는 만큼 나머지는 기업과 노동자의 사정에 맞게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검토중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에게 주 52시간 제한을 면제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제도를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연소득 약 1억원 이상의 관리직·전문직 등이 적용 대상이다. 황 본부장은 "이보다 더 엄격한 요건이 적용될 경우 제도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며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노동계에서 건강권 보호를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반대하는 명목으로 내세우는데 경영계 역시 근로자의 장기간 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의 선택권, 기업의 필요성 모두를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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