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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17)고구마, 다이어트의 '최종 탈락자'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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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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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살을 찌우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최적의 해결책이다. 식사 때마다 밥 반 공기만 덜어내도 체감 효과는 2배 이상이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아예 끊을 수는 없다. 격한 운동 뒤엔 무엇보다 탄수화물이 필수 영양성분이고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밥 대용 탄수화물을 찾다가 한동안 꾸준히 먹었던 음식이 고구마다. 무지갯빛으로 구성한 샐러드에 고구마를 곁들이면 고소한 맛은 증가하고 건강식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빼놓을 수 없는 한 끼 식단으로 자리잡았다.

어떤 식품(100g 기준)의 혈당 상승 속도를 GI(혈당지수)라고 하는데 0~55(낮음), 55~69(보통), 70이상(높음)으로 분류한다. 고구마의 GI는 55 정도로 감자 90에 비해 혈당을 낮추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음식으로 그간 유명세를 떨쳤다. GI가 높은 식품은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이로 인해 체지방 축적이 일어나 비만이 촉진될 수 있기에 당뇨 환자는 GI 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음식마다 1회 섭취량에 당질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에 GI만으로는 계산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당부하지수(GL, GI에 식품 100g당 탄수화물의 함량을 100으로 나눠 곱한 값)를 더 정확한 값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기본값은 GI에서 출발하니, 이 값을 기준으로 하면 고구마는 낮은 혈당 속도를 지닌 착한 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다음 두 가지 방식 때문에 혈당 수치를 예측하기 어렵다.

[중년아재의 건강일기] (17)고구마, 다이어트의 '최종 탈락자'

하나는 조리 방식이다. 생고구마는 GI가 55이지만, 구우면 녹말이 당분으로 변해 GI가 80으로 급격히 오르고 튀기면 70으로 조금 낮아진다. 삶을 때 GI는 45로 가장 낮기에 당뇨 위험군은 생으로 먹거나 삶아서 먹어야 한다. 고구마 자체를 너무 믿어 조리방식을 고려하지 않다간 나도 모르게 쌓인 지방의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당의 종류다. 고구마가 다이어트에 '최종 탈락' 위기의 탄수화물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몸에 들어가자마자 흡수가 빠른 단순당의 비율이 높기 때문. 당은 단당류나 이당류 같은 단순당과 다당류나 식이섬유로 구성된 복합당으로 나뉘는데, 단순당보다 복합당은 복잡한 분해과정을 거치면서 천천히 몸속에 흡수된다. 당연히 단순당보다 살이 덜 찔 수밖에 없다.

복합당은 식품 영양성분표에서 탄수화물 양에서 당류 양을 뺀 수치다. 고구마는 100g당 탄수화물이 32.45g에 당류는 16.3g이니 단순당의 비율이 50.2%로 절반이 넘는다. 각설탕이 당류가 4g이니 고구마엔 각설탕의 4배나 많은 당류가 있는 셈이다. 보통 고구마 1개가 130g에서 150g 정도이니까 하나 먹을 때마다 각설탕 6개를 아주 빠른 속도로 흡수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고구마는 비타만C가 풍부하고 베타카로틴, 카로티노이드 등 암예방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고 몸속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혈당 상승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나머지를 포기해야 하는 비련의 식품 주인공이기도 하다. 혈당에 민감한 이들이 고구마를 포기할 수 없다면 생으로 먹거나 삶아 먹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고구마 대신 탄수화물을 채울 식품으로 꼽는 '0순위'가 파스타다. 파스타는 라면이나 국수, 중화면과 급을 달리한다. 면이라고 다 같은 면은 아닌 것이다. 당류를 고구마처럼 계산해보면 파스타는 탄수화물이 70g, 당류는 3.4g으로 단당류 비율이 4.8%에 불과하다. 단순당의 비율이 작으니 몸속에서 천천히 흡수돼 혈당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라면이나 국수처럼 살포시 넘어가는 목 넘김 없이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건강식이라는 방증이기도 해서 반가울 따름이다.

다만 고구마가 100g당 탄수화물이 32.45이고 파스타가 70g이어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또 고구마는 그 자체로 섭취가 가능하지만, 파스타는 오일 등 '단짠' 소스를 곁들여야 해서 보이지 않는 지방들을 추가로 섭취하는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파스타가 '착한 다이어트'로 부상하는 것은 원료가 백미 같은 일반 밀가루가 아닌 현미에 가까운 듀럼밀(Durum whea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당장 고구마 대신 파스타로 갈아 탔더니, 몸에 두 가지 변화가 바로 찾아왔다. 우선 고구마를 먹고 얼마 되지 않아 필연적으로 배에 차던 가스가 현격히 줄었다. 또 먹자마자 부풀어 오르던 올챙이배도 나름의 '선'을 지키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파스타 양이 적이 출출하다 싶으면 식빵 대신 호밀빵이나 통밀빵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모두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들이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음식에 민감해할 필요가 있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만, 혈당은 요즘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이슈로 떠올랐다. 서양인처럼 췌장이 길지 않은 유전적 한계도 있고 바쁜 환경이 만들어낸 식습관 문제도 적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한국인 당뇨병 팩트 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20년 기준 526만명이다. 공복 혈당 126mg/dl 이상,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인 당뇨병 판정 환자들만 집계한 수치다. 문제는 이 환자들로 곧 넘어올 당뇨 전 단계에 놓인 사람들(공복 혈당 100~125mg/dl)이 1497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식습관에 무지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다가오는 혈당 앞에서 백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혈당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오는 발 궤양, 망막 합병증, 심혈관 질환, 만성 신부전 등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심각한 질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먹느냐, 파스타를 먹느냐는 우리 인생사에 그리 중요한 화두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고민으로 얻은 선택의 결과가 우리 생명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냥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혈당은 우리에게 늘 그런 치사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치사하지만 고민할 기회를 줬다는 것에 감사할 날이 올 걸 생각하면 파스타를 선택한 것도, 생고구마를 먹기 시작한 것도 모두 축북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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