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느는데 대폭 줄어든 스마트공장 예산…대기업 지원이 '단비'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스마트공장이 매출·생산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알고 있죠. 그러나 중소기업 홀로 짓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14일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공장은 AI(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가 집약된 새로운 형태의 공장으로, 생산성 증대는 물론 매출·고용을 증가시키는 '제조업의 등대'로 꼽힌다. 많은 자본과 인력, 기술이 필요해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고 있다. 제조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와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구축 건수는 매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누적 2만 5039개의 스마트공장이 구축됐으며, 이 중 23.2%(5468개)가 고도화 스마트공장이다. 올해 안으로 3만개가 만들어질 예정이며, 구축이 완료되면 고도화된 스마트공장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공장 기초단계 구축사업에 참여하려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률도 2019년 1.3대 1에서 올해 평균 3.4대 1로 2배 이상 뛰었다.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춘 대기업들은 이미 스마트공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기계와 로봇을 도입한 생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AI와 5G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공장을 이미 국내와 미국 등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 공장 '창원 스마트파크'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가 지정하는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뜻한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가 각각 50%씩 비용을 부담하는 스마트공장 구축·고도화 예산은 되레 줄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구축·고도화 예산이 올해 3101억원에서 내년 992억원으로 68% 감소했다. 생산성 증대와 비용 절감,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기대되는 스마트공장을 지으려는 기업은 늘고 있으나, 지원 예산은 대폭 줄어든 것이다.


대기업들은 1~3차 협력사는 물론 직접 거래관계가 없는 중소기업까지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제조 역량을 강화하면 양질의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공급망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기초단계 구축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사업 완료 1년 뒤 매출액이 29.5%, 고용률이 1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제조 혁신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사내에 스마트공장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도 취임 후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협력회사 '동아플레이팅'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기, SDI)이 직접 진행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참여한 202개사의 91.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현대·기아자동차와 LG전자, 포스코 등 주요 기업과 함께 2019년부터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93억원의 사업비를 조성해 690개 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도왔으며, 올해에도 165억원을 투입해 215개 기업을 지원 중이다. 참여 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정부와 대기업 출연금을 사용해 70% 이상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구축은 생산성과 품질을 기존 대비 30~40%이상 늘릴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지원 없이 중소기업 단독으로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라며 "예산을 삭감할 경우 공장 폐업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