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 '쇄신' 방점 찍은 신동빈...롯데, 젊은 리더십·외부 수혈 이어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롯데그룹이 변화와 쇄신에 방점을 둔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그룹 전체의 중심을 잡아왔던 송용덕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새로운 롯데'를 위해 젊은 리더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에 이어 미래동력과 혁신을 이끌 외부 인재 영입도 지속한다. 특히 그룹의 모태격인 롯데제과 수장에 외부 인사를 앉히는 파격을 시도했다. 신상필벌에 입각한 임원급의 전략적 재배치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롯데는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정밀한 검증과 검토 과정으로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게 결정됐다.

지난 11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현철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박 부회장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서 확산된 자금난 가능성에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책임을 부여한 셈이다. 박 부회장은 우수한 리스크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바탕으로 현안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과 롯데헬스케어를 이 실장은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에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올해 잇따라 출범시키고,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 위한 M&A를 성공적으로 추진시켰다.

이완신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 이창엽 롯데제과 대표, 이훈기 롯데지주 실장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탁월한 마케팅 역량으로 성과를 내 온 것이 반영됐다.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는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한다.


롯데제과 신임대표에는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이 영입됐다. 지난해 쇼핑, 호텔 사업부 등의 외부영입이 성과를 내면서 열린 인사 기조를 이어간 셈이다. 그룹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제과 대표에 비(非)롯데맨을 내정한 것은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읽힌다.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가 맡는다. 롯데렌탈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전략전문가를 영입할 방침이다. 김현수 롯데이사 대표이사(사장)은 용퇴한다.

롯데면세점, 홈쇼핑 대표이사는 전략적으로 육성된 내부 인재들이 맡는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전무와 김재겸 롯데홈쇼핑 전무가 각각 내부 승진해 CEO를 맡게 됐다.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외부 환경 변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위기 대응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30년 이상의 직매입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과 전자제품 전문 1위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심을 모았던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보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로 승진했다. 롯데케미칼에 합류한 후 수소, 기초소재 등 신사업 발굴에 성과를 낸 점이 인정됐다.

이번 인사로 롯데의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 가량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 가량 젊어졌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이며, 특히 78년생 이후 40대 초반(45세 이하) 신임 임원은 4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젊은 리더십의 전면화, 책임경영에 입각한 핵심역량의 전략적 재배치, 지속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