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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가림막 밖에서도 '안전관리'하는 日…'사망률 0%'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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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일본)=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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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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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안전은 현장경영이다 1-①

[편집자주] 2022년 우리나라에선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음에도 600명에 가까운 소중한 생명이 일터에서 사라졌다. 처벌만으론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의 '위험성평가'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다. 이 제도를 통해 일본은 사망사고율을 100만명 중 15명까지 끌어내렸다. 법·제도를 넘어 문화와 인식을 통해 '안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자.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 근로자들이 조례를 열고 있다. 일종의 TBM(Tool Box Meeting)으로 할당된 업무를 확인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한다. /사진=조규희 기자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 근로자들이 조례를 열고 있다. 일종의 TBM(Tool Box Meeting)으로 할당된 업무를 확인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한다. /사진=조규희 기자
공사장 가림막 밖에서도 '안전관리'하는 日…'사망률 0%'의 비결
"공사 현장에서 단 한 가지 위험요소만 발견돼도 그 날은 작업을 중단합니다. 위험의 정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위험 요소가 해소될 때까지 공사는 무기한 중지됩니다."

지난해 12월18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지상 10층 높이의 맨션(공용주택) 건축 현장에서 만난 타카하시 현장소장(49)의 말이다. 그는 "공사장 내 위험요소를 제거하지 않은 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정부의 사업 중지 명령에 따라 해당 기업은 경영상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타카하시 소장은 "매일 현장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비계물(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 상태를 확인하고 각종 구조물의 볼트 조임, 이음쇠 등 근로자 작업 공간의 안전성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일본의 건설 공사는 매일 오전 8시 현장 조례로 시작된다. 일종의 TBM(툴 박스 미팅·Tool Box Meeting)으로 현장 안전관리자, 현장소장, 근로자가 모여 각자에게 할당된 업무를 확인하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체크한다.

이튿날 오전 도쿄 시나가와구에서 만난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 다나카씨(58)는 "매일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그날 업무 형태에 따른 안전 교육을 실시한다"며 "비계에서 근무하는 경우 낙상에 대해, 굴삭기 근처에서 근무하는 경우 부딪힘이나 끼임 등의 돌발 변수에 대해 교육시킨다"고 말했다.

근로자가 업무에 열중해 놓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주의 환기는 점심시간을 전후로 실시하는 '중례'에서도 이어진다. 중례에선 안전관리자와 현장소장이 업무 환경을 거듭 확인하면서 또 다시 위험요인을 파악한다. 이어진 TBM에서 다시 한번 안전 문제를 환기시킨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중대재해 사망자수는 867명이었다. 우리나라의 828명보다 소폭 많지만, 일본의 전체 근로자 수가 약 6000만명으로 한국(약 2100만명)의 3배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망율은 3분의 1인 셈이다. 실제로 1만명 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망사고만인율'은 일본이 0.15‱로, 한국(0.43‱)보다 월등히 낮다.

2021년 우리나라의 경우 중대재해 사망 사고의 50%, 일본은 33%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양국 모두 추락, 끼임, 부딪힘 등이 주된 사고 원인으로,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이 원청과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교육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이 원청과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교육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8년 경력의 하도급 건설 근로자 이케가미씨(36)는 "안전관리자와 현장소장의 작업장 위험성 확인과 안전교육은 매우 철저하다"며 "혹시라도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미비한 점이 있다면 해결될 때까지 바로 공사를 중지하고, 그런 때에도 급여는 지급된다"고 말했다.

공사가 중단돼도 하도급 근로자까지 급여를 보장받는 만큼 근로자들은 작업 환경에서 위험 요인을 발견할 경우 적극적으로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자에게 보고한다. 20년 경력의 하도급 건설 근로자 히로시씨(44)는 "예전에는 안전을 챙기는 것보다 일을 해서 하루 급여를 받는게 더 중요했지만, 지금은 안전 위험에 따른 작업 중지에도 보수가 지급되는 만큼 나를 지키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했다.

정부의 불시감독도 공사 현장의 안전성을 높인다. 이케가미씨는 "완공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 공사 현장도 있는데 아무리 소규모·단기간 공사 현장이라도 꼭 한번은 감독기관이 현장을 방문해 문제가 발견되면 사업중지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르면 노동기준감독관은 현장 감독 결과를 토대로 시정 권고, 사업 중지,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과태료 규정은 없다.

일본 공사 현장에선 내부 뿐 아니라 외부의 안전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공사 현장의 사방을 가림막·보호막으로 막아놓고도 다수의 외부 안전관리원이 현장 밖을 지킨다. 공사 현장 붕괴 등 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행자나 인근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사고 신고와 수습을 돕기 위해서다. 다나카 안전관리자는 "외부 안전관리원의 수는 현장의 규모와 투입 인원에 따라 달라지며 주간보다 야간에 훨씬 더 많이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0일 밤 10시 기자가 방문한 도쿄 시내의 한 인도 보수공사 현장에는 약 20미터의 짧은 공사 구간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자 1명과 외부 안전관리원 3명이 보행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안전 펜스도 설치돼 있는데 왜 공사장 바깥까지 지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장상수 일본 아시아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경우 작업 전 안전구호 다같이 외치기, 곳곳에 안전 구호 부착, 안전매뉴얼 작성과 반복된 교육 등을 통해 안전 문화 조성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안전 확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에 진행 중인 인도 보수 공사 현장. 작업 근로자 외에 외부 안전원이 배치돼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야간에 진행 중인 인도 보수 공사 현장. 작업 근로자 외에 외부 안전원이 배치돼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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