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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광기 속에 피어난 서정적인 판타지 '피노키오'

머니투데이
  •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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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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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문학과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여러차례 재탄생하며 생명력을 얻어온 '피노키오'가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에 손에서 새롭게 관객과 만났다. 그간의 많은 '피노키오'들과 달리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슬픔과 상실을 기조로 한다. 여기에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파시즘과 전쟁의 광기라는 새로운 주제의식을 덧입혔다.


피노키오의 쉴 새 없는 수다와 경쾌한 노래, 코믹한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작품 전반에 깔린 고통스러움과 불안감은 아동이 아닌 성인을 위한 작품임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델로토 특유의 기괴한 영상미와 판타지, 여기에 기술적인 정교함까지 더한 '피노키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한 획을 긋는 수작으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장르를 표방한 '피노키오'는 화려한 목소리 출연진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완 맥그리거, 데이비드 브래들리, 그레고리 맨, 크리스토프 발츠, 틸다 스윈턴, 론 펄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목소리를 더해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피노키오'는 귀뚜라미 '세바스티안'의 내레이션을 통해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남자 아이로서의 생명을 얻는 과정과 늙고 외로운 목수 '제페토'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를 꿈꾸는 귀뚜라미는 작품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현자와도 같은 지혜를 드러내며 '피노키오'에 철학적인 매력을 더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1차 세계대전 중 떨어진 포탄에 아들을 잃은 제페토.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그는 슬픔에 잠긴 어느날, 아들의 무덤가에 자라는 소나무를 잘라 "다시 카를로를 되찾고 말겠다"며 나무 인형을 만들고 술에 취해 잠에 곯아 떨어진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푸른 요정은 나무 인형에게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잠에서 깬 제페토는 피노키오의 존재를 부정하고, 마을 사람들은 '악마'라며 피노키오를 몰아세운다. 파시스트 시장은 죽지않는 피노키오를 전쟁에 최적화된 군인이라며 청소년 군 캠프에 보내려하고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볼페 백작은 피노키오를 속여 공연에 이용하려 한다.


피노키오는 군캠프를 피하고 아버지 제페토에게 돈을 주기 위해 집을 떠나 볼페 백작의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이를 안 제페토는 피노키오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나무인형의 모습을 가졌지만, 인간 아이처럼 맑고 순진무구한 피노키오. 철없고 무모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자식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제페토의 굳은 심장을 움직이고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세바스티안은 "어린 자식을 잃게 되면 부모는 큰 짐을 지게 되지. 아파도 내려놓을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지"라며 카를로를 먼저 떠나보낸 제페토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리고 "아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절망할 때가 있단다. 그때 하는 말들은 그 순간에는 진심이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지.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이라고 아버지의 사랑을 설명한다.


반면 제페토를 향해서는 "많은 게 서툴긴 하지만, 그 애는 당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 사랑을 돌려주는게 그렇게 힘든가. 진짜 아버지답게 굴어라"라고 일갈하며 두 부자의 간극을 메워주기도 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는 광폭한 파시즘의 강풍 속에 전쟁터로 내몰리는 소년들, 선동의 시대를 암울하고 톤다운된 색채 속에 담아낸다. 실존인물 무솔리니를 등장시켜 사실적인 힘도 얻는가 하면, 풍자와 해학의 묘미와 함께 당대 이탈리아의 시대적 상황도 엿볼 수 있게 했다.


광기의 시대에 서정적이고 판타스틱한 서사를 녹여낸 이번 작품은 델토로 감독의 전작 '판의 미로'를 연상시킨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미쟝센과 순수한 동심,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신비로운 상상 속 크리쳐들의 등장 등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비극적 여운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판의 미로'처럼 '피노키오' 역시 마냥 행복하기만한 동화 같은 엔딩은 아니다.


"불완전한 아버지와 불완전한 아들에 관한, 상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름다운 영화 속 노랫소리만큼이나 행복한 망각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선택한 소년 피노키오와 함께 한 선물 같은 10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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