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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밀리고 부동산까지 내 놔…돈줄 끊긴 바이오 "다 죽어" 비명

머니투데이
  • 김도윤 기자
  •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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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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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미래산업? 바이오 생태계 무너진다…해법은①

[편집자주] 바이오가 흔들린다. 시장가치는 급락했고 자본시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 특히 생태계의 한 축인 바이오벤처는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 직원 월급이 밀리고 자산을 팔고 급기야 법인을 청산하는 사례도 나온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주도권 다툼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의 뿌리인 기술 벤처가 살아야 바이오가 산다. 새해 바이오벤처는 다시 미래산업의 총아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월급 밀리고 부동산까지 내 놔…돈줄 끊긴 바이오 "다 죽어" 비명
#2020년 국내 유수 의과대학의 교수가 설립한 항암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 A사는 최근 법인을 청산했다. 2018년 설립한 항암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 B사는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면 반년을 버티기 힘든 위기 상황이다. 의약품 소재 기업으로 설립 20년 이상이 지난 바이오벤처 C사는 최근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에 있는 부동산을 처분했다.



자금줄 막히고 IPO도 안 되고…바이오벤처가 위험하다


바이오벤처가 무너진다. 미래산업 허리가 끊어진다. 바이오에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는 투자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IPO(기업공개)는커녕 투자유치도 힘들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 인력을 줄이고 파이프라인 연구를 중단하고 남은 직원 급여가 밀린다. 핵심 연구 인력마저 이탈한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현주소다.

실제 2022년 바이오벤처의 자금줄인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투자는 급감했다. 벤처캐피탈의 업종별 신규 투자 비중을 보면 바이오는 16.3%로 5년 만에 20% 밑으로 떨어졌다. 매년 늘던 벤처캐피탈의 바이오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줄었다.

한 해 10개 이상의 바이오가 상장하던 IPO 시장에서 올해 눈에 띄는 신규 상장 신약 개발 바이오는 보로노이, 에이프릴바이오, 샤페론 정도다. 이들 모두 상장 가치를 예정보다 한참 낮췄는데도 공모시장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그만큼 2022년 바이오는 장외에서 투자 유치도 힘들고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웠다.

국내 대표적 바이오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바이오벤처 중 돈이 없어 인력을 줄이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 70%까지 인원을 감축한 사례도 있다"며 "파이프라인 개발도 핵심적인 2개 정도만 남기고 다른 물질은 정리하는 식으로 비용을 아끼는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자금이 없어 급여가 한두 달 밀리는 기업도 꽤 있다"며 "최악의 경우 바이오벤처의 50%가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바이오벤처가 우리 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바마 케어의 근간인 '전 국민 건강보험' 강화 방안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바마 케어의 근간인 '전 국민 건강보험' 강화 방안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바이오는 대표적인 미래산업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류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필연적으로 지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선 전 세계 바이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방위적 투자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이오 행정명령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바이오는 이제 주요 나라의 명실상부한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의약품 시장 시장 규모는 약 1조2805억달러(약 1644조원)로 전년 대비 9.4% 성장했다. 2021년 전 세계 의약품 R&D(연구개발) 비용은 2374억달러(약 305조원)로 전년 대비 약 14% 증가했다.

단순히 산업 이상의 의미도 갖는다. 한 나라의 바이오 기술 역량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과정에서 불거진 백신 및 치료제 패권 다툼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서구권 선진국 위주의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권을 쥔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다양한 바이오벤처의 활발한 연구개발(R&D)을 통해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물론 삼성, SK 등 대기업 역시 바이오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역량을 갖춘 바이오벤처의 동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토로가 곳곳에서 나온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의 시장가치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폭락했고, 투자업계에선 바이오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나마 상장 바이오는 CB(전환사채) 같은 자금조달을 위한 선택지가 있다.

더 문제는 비상장 바이오벤처다. 유동성이 바닥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바이오벤처가 늘고 있다. 1년을 버틸 자금이 없어 감사의견 거절을 받거나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해 부동산을 파는 바이오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개발하던 파이프라인 연구를 중단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최용석 아주IB투자 상무는 "이미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를 받은 비상장 바이오벤처 중 후속 투자 유치를 못해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이 적지 않다"며 "새해에도 바이오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살아남기 위해 절실하게 비용을 감축하라는 조언을 바이오벤처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스닥 준비생 코넥스 바이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월급 밀리고 부동산까지 내 놔…돈줄 끊긴 바이오 "다 죽어" 비명
코넥스 시장은 2013년 7월 코스피, 코스닥에 이은 제3시장으로 주목받으며 문을 열었다. 코스닥 준비생을 위한 예비 증권시장이라 볼 수 있다. 코넥스 바이오의 현황은 바이오벤처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정표로 의미가 있다.

미래가치를 앞세운 바이오는 코넥스 시장 개장 뒤 항상 주요 업종으로 활약했다. 한때 코넥스에서 시가총액 1조원을 넘은 기업도 바이오다. 시가총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바이오가 코넥스에 수두룩했다.

하지만 최근 코넥스 대표 바이오의 위상은 몰라보게 추락했다. 코넥스에서 시가총액 2000억원을 넘는 바이오는 하나도 없다.

2022년 코넥스 신약 개발 바이오 중 코스닥 이전상장 도전(상장심사 청구)에 나선 기업이 한 곳도 없단 사실은 상징적이다. 2021년만 해도 에이비온, 에드바이오텍, 툴젠, 선바이오가 잇따라 코스닥 상장심사를 청구했고 이전상장에 성공했다.

오히려 바이오시네틱스 중 일부 코넥스 바이오는 계속기업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단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실제 올해 여러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자금 문제 등으로 2021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로 시름을 앓고 있다.

코스닥 상장이 눈앞이라 여긴 코넥스 주요 바이오의 현실은 암담하다. 코넥스 대표 바이오 중 하나인 노브메타파마는 여러 차례 코스닥 이전상장에 실패하면서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급기야 2021년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졌다.

대부분의 코넥스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법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코넥스 바이오 D사는 2022년 상반기 시리즈C 투자유치를 추진하던 중 투자업계의 바이오 기피 현상으로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주요 기술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으며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다행히 정부 과제를 받아 일부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여러 코넥스 바이오가 자금조달, 기술개발, 코스닥 이전상장 등 핵심 계획이 지연되면서 기업 영속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투자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월급 밀리고 부동산까지 내 놔…돈줄 끊긴 바이오 "다 죽어" 비명



"임상 지연·파이프라인 축소로 미래 경쟁력 잃을까 우려"


많은 바이오벤처가 입을 모아 "투자 받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신약이나 기술을 개발하려면 연구 인력이 필요하고 임상 비용도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를 받지 못하니 연구가 진척되지 못하고 회사의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핵심 인력이 이탈한다. 악순환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바이오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배경으로 IPO가 막혀 투자자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통로가 막힌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며 "상장 바이오 중 일부 기업이 사고를 치면서 IPO 기준이 깐깐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실제 많은 바이오벤처가 자금이 없어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대행하는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 비용을 대지 못해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일부 파이프라인을 접고 연구개발이 아니라 경비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리와 환율 문제로 2023년에도 나아질지 장담하기 어렵단 게 더 큰 문제"라며 "지속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지 못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바이오 산업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금의 위기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단 조언도 눈길을 끈다.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전무는 "지금이 바이오벤처의 위기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계기로 부실 또는 한계 기업은 퇴출되고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다면 오히려 바이오 생태계의 건전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 바이오벤처는 소규모 기업 위주로 각 회사별로 연구 인력이 잘게 쪼개진 경향이 있다"며 "예를 들어 100명의 연구 인력이 모여야 하는데 10개 회사에 10개 연구 인력이 분산된 구조라고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역량이 여러 회사에 흩어져 일부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며 "향후 M&A(인수합병)나 인력 이동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 연구 인력이 힘을 합치는 구조로 바이오벤처 산업 지형이 바뀐다면 K-바이오의 개발 역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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