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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은 충분하니까요"…K바이오 솟아날 구멍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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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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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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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미래산업? 바이오 생태계 무너진다…해법은⑥.끝.

[편집자주] 바이오가 흔들린다. 시장가치는 급락했고 자본시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 특히 생태계의 한 축인 바이오벤처는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 직원 월급이 밀리고 자산을 팔고 급기야 법인을 청산하는 사례도 나온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주도권 다툼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의 뿌리인 기술 벤처가 살아야 바이오가 산다. 새해 바이오벤처는 다시 미래산업의 총아로 우뚝 설 수 있을까.
"기술력은 충분하니까요"…K바이오 솟아날 구멍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 경쟁력의 척도로 꼽히는 기술수출 역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라는 글로벌 악재에 타격을 입었다. 2022년 초 에이비엘바이오의 조 단위 기술수출로 포문을 열었지만, 전년과 비교해 전체 수출 금액과 건수가 반토막났다. 외부 투자유치와 함께 바이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통로인 기술이전 문마저 좁아지면서 자금난이 가중됐다.

하지만 2022년 말 또 하나의 조 단위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며 바이오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주인공이다. 레고켐바이오가 수출에 성공한 기술은 글로벌 바이오 업계 기술 트렌드에 적합하단 평가를 받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꿈틀댄다. 최근 바이오벤처가 주도하는 M&A(인수합병) 움직임과 함께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술수출 규모·건수 줄었지만 조 단위 기술수출 2건 '양보다 질'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바이오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6조720억원이다. 2021년 약 13조37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계약 건수 역시 30건에서 15건으로 줄었다.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은 최근 수년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018년 5조4000억원에서 2020년 1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2021년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기업 간 교류 감소를 극복하고 낸 성과다. 이 때문에 2022년 3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기술수출 달성이 기대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국발 금리인상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대형 제약사들이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립했기 때문이다. 2022년 전체 투자 규모 및 계약 건수는 4년 전 수준으로 역행했다.

다만 단순 수치만으로 업계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전 세계적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양 보단 질'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기술수출 규모와 개수는 줄었지만 2022년 K-바이오의 연구 성과에 어느 정도 점수를 주는 이유다.

2022년 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끌어낸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사노피에 혈액뇌관문(BBB) 투과율을 높인 이중항체 플랫폼 적용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수출했다. 총 1조3000억원의 계약 규모 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9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사노피가 ABL301에 갖는 기대감이 크단 방증이다.

일반적인 기술수출 계약은 총 계약 규모의 일부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선지급한 뒤 개발 진행 경과에 따라 기술료를 늘려나간다.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보험을 드는 셈이다. 사노피가 1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계약금으로 지불한 이유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치료제 분야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가진 기술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2022년 말 레고켐바이오는 미국 암젠과 1조6000억원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ADC 플랫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5개 암종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항체와 약물을 묶어 치료 효과를 높이는 ADC 기반 항암제로 기대감이 높다.

ADC 항암제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업화에 성공한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공동 개발)의 ADC 유방암·위암 치료제 '엔허투'의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사망 위험률을 절반 이상 낮춰 화제를 모았다.

레고켐바이오 ADC 플랫폼 기술의 핵심은 약물을 체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체계다. 그 체계 자체가 기술인 만큼 특정 약물에 국한하지 않고 적용할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2015년 중국 포순파마와 계약을 시작으로 암젠까지 총 12개의 ADC 기술이전을 통해 누적 계약금 6조5000억원을 달성한 배경이다.

"기술력은 충분하니까요"…K바이오 솟아날 구멍 있다


그래도 지갑은 열린다…바이오벤처 간 M&A·자체 펀드 조성, 변화 시작됐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는 대형 기술수출을 통해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엔 지갑이 열린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새해 역시 바이오 업계를 향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이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역량을 갖춘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고평가를 받던 기존 환경에선 옥석 가리기가 어려웠지만, 투자가 깐깐해진 최근 상황에선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제대로 된 투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활발해진 바이오벤처 M&A 기조도 향후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바이오 기업 간 M&A는 파이프라인 확충과 기술력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바이오 기업 간 M&A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글로벌 기업 또는 국내 대형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엔 바이오벤처가 외형 성장과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M&A에 나서는 사례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2년 7월 약 2조원을 투자해 미국 기업 메리디안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또 2022년 말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를 보유한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 헬릭스미스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동물진단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한 바이오노트 역시 현지 유통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스스로 주도하는 펀드 조성 움직임도 업계의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최근 레고켐바이오와 알테오젠, 펩트론, 수젠텍은 최대 5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비상장 바이오벤처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이 4개 회가 일부 금액을 출자하고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합류하는 형태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바이오벤처의 지분투자나 M&A가 수년 전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주요 바이오벤처가 기술수출 등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 등이 활발해진다면 IPO(기업공개)나 M&A 활성화 등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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