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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18) 트랜스지방 '0'인 빵의 함정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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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3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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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빵집에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단짠' 빵들이 가득하다. 겉바속촉의 느낌과 오랜 보관의 용도로 트랜스지방이 들어가지만, 국내에선 0.2g 이하로 쓰이면 '0'으로 표기해도 무방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빵집에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단짠' 빵들이 가득하다. 겉바속촉의 느낌과 오랜 보관의 용도로 트랜스지방이 들어가지만, 국내에선 0.2g 이하로 쓰이면 '0'으로 표기해도 무방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대학 시절, 일본어과 재학생 중 특히 여학생들이 1년간 일본에 어학연수를 가면 예외 없이 대부분 살이 쪄서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같은 답변이었다. "빵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는 것.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한 번 빠지면 그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일본 특유의) 빵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불어난 뱃살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1년 찌고 2년 빼는 '고통의 (운동) 시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처럼 퍼졌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 하드와 소프트로 나눠 매일 아침 8시에 나오는 시오빵(소금빵)을 한 입만 물면 과장을 보태 그 부드러움과 감칠맛에 바로 쓰러질 것 같다. 이 빵을 시작으로 바게트, 깜빠뉴, 치아바타를 섭렵하고 케잌까지 이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먹다가 제동이 걸리는 때가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나서다. "아니, 당뇨 전 단계?"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2배?" 그간 먹었던 모든 음식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가면서 요주의 음식으로 지목되는 건 빵, 떡, 면 세 가지다. 다만 그간의 식이요법으로 탄수화물은 식사때마다 절반으로 줄였고 라면, 떡국, 떡볶이 등 좋아하는 면도 한 달, 내지 두 달에 한 번으로 거리를 둔 만큼 남은 과제는 '빵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사실, 뱃살이나 허리둘레, LDL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지방과 관계된 것으로 그간 인지됐다. 그러니까, '동물성 포화지방이 문제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포화지방이 아니라 트랜스지방이다. 전세계 이상지질혈증이나 순환기 질병에서 매년 업데이트되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포화지방은 '절제', 트랜스지방은 '회피'(AVOID)라고 적혀있다.

라면이 위험한 건 튀길 때 트랜스지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빵은 자세히 보면 트랜스지방 수치가 '0'으로 표기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되레 트랜스지방 '0' 수치를 갖고도 이렇게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안겨주는 재능과 솜씨에 탄성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여기엔 함정이 있다. 영양성분표에 0g인 것은 우리 식품 규정에 트랜스지방 200mg(0.2g) 미만인 경우 0으로 표기해도 된다는 '허용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쌓이면 독이 될 수밖에 없다. 트랜스지방은 겉바속촉의 핵심 비결이면서 식품 보관에도 용이해서 소량의 유혹에도 벗어나기 힘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평균 영양 섭취량인 2000kcal 기준 트랜스지방 비율은 2.2g 이상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피자 1조각(150g)에 0.6g의 트랜스지방이 있으니 3, 4조각만 먹어도 '위험' 수준이다. 보고 먹는 느낌만으로도 순수 결정체로 보이는 생크림케이크 1개(150g)에도 트랜스지방은 0.4g이어서 식사 후 후식으로 '가볍게' 먹는 케잌은 '무서운' 혈관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여성은 2000kcal보다 더 적게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체 트랜스지방 섭취량도 더 줄어야 하는데, 주식(탄수화물)은 줄이면서 간식이나 후식은 아무렇게 섭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루 케잌 하나 정도는 별 문제가 없지만, 습관이 문제다. 단맛과 바삭함에 길든 식감은 하루는 케잌, 다음날은 치킨, 그다음 날은 피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

WHO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2023년까지 트랜스지방 섭취 줄이기 운동을 목표로 내세웠다. 게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트랜스지방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2021년 낸 보고소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아시아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트랜스지방 관리에 '가장 잘 실천하는 국가'(Best practice)로 꼽힌 반면, 한국은 0.2g 이하는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등 느슨한 규칙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WHO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심장병, 심근경색, 뇌경색 등 혈관 질병의 주범이 트랜스지방인데, 한국은 이와 관련된 사망률이 4.76%라는 사실이다. 심장병으로 사망한 사람 100명 중 5명은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했다는 얘기다. 생선을 많이 먹는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이 비율이 1.8%다. 이상적인 식습관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히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대개 1% 미만이다. 이들은 올리브유, 견과류, 생선을 주요 음식으로 섭취한다.

호밀빵. /사진=유튜브 캡처
호밀빵. /사진=유튜브 캡처

어떤 이들은 빵을 먹지 않는데도 혈관에 이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은 빵이 아닌 콜레스테롤 상승 이유가 폐경에 있을 수 있고, 남성은 빵 대신 라면에 집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빵을 먹으면 그나마 천천히 올라가던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이 더 빨리 올라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간혹 라면이나 빵을 먹으면서 이에 대한 처방제로 혈관 영양제인 오메가3를 섭취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전문가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역설한다.

빵을 먹고 싶다면, 그것도 혈당을 천천히 올리면서 겉바속촉의 빵을 먹고 싶다면 아래 방법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호밀빵 100%를 사서 식빵보다 더 얇게 자른 뒤 토스터기에 여러 번 구워낸다. 빵의 겉면이 약간 탈 정도까지 구워내면 답답하고 텁텁한 식감이 어느새 맛 좋은 영양식으로 둔갑한다. 여기에 치즈 한 장 올려 아보카드 오일에 발사믹 식초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단짠'(달고 짠)에 익숙해진 맛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바꾼 입맛은 일주일만 지나면 어느새 쉽게 적응한다. 인간도 결국 환경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1년 넘게 이렇게 먹었더니, 간단한 식빵이나 크로와상, 패스츄리 같은 버터만으로 만든 빵도 혀 안에서만 즐거웠을 뿐,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었다. 윤기 넘치는 빵을 치워야 뱃살과 혈관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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