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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개미들 돌아오게 하려면…" '암흑기' K바이오 생존법

머니투데이
  • 김도윤 기자
  • 정기종 기자
  •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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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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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미래산업? 바이오 생태계 무너진다…해법은(下)



"뭉칫돈 들어오던 황금기 잊어라"…투자전문가의 답 "회수가 핵심"


"뿔난 개미들 돌아오게 하려면…" '암흑기' K바이오 생존법
새해 바이오에 대한 투자 수요는 살아날까. 머니투데이는 국내 대표 바이오 투자 전문가들에게 새해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이유로 전 세계적 금융시장 불확실성 외에 일부 기업의 연구 실패와 도덕적 해이,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 부재 등을 꼽는다. 특히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시장 환경도 바이오 투자 수요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적 금리인상으로 대표적 성장 산업인 바이오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자연스레 위축된 측면도 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과정에서 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로 잔뜩 거품이 꼈다 제자리를 찾는 중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근 바이오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어느 정도 바닥에 다다랐단 평가도 적지 않다. 의미 있는 신약 개발 연구 성과나 기술수출 성과가 뒷받침된다면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단 기대 역시 여전하다. 2022년 에이비엘바이오, 레고켐바이오가 각각 연초와 연말 1조원 이상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K-바이오의 저력을 뽐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바이오벤처의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금 회수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IPO(기업공개) 시장 회복을 꼽는다. IPO 시장에서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더 많은 바이오가 코스닥에 상장하며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야 이 돈이 다시 바이오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바이오 IPO가 쉽지 않아 엑시트의 한 축이 무너진 상태다.

또 투자를 받으려는 바이오와 투자를 하려는 투자사의 눈높이 미스매치. 즉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일부 바이오 기업 오너나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도 고쳐야 한다. 일각에선 바이오벤처가 연구를 위한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필요 이상의 자금을 낭비하는 사례를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를 기만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바이오 기업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게 아니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 바이오벤처, 시장 외면 받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위축된 이유로 일부 기업의 모럴해저드에 따른 시장 신뢰 하락, 꽉 막힌 엑시트로 인한 자금 흐름 위축을 주로 꼽는다.

그동안 코스닥이나 장외 시장에서 다수의 바이오벤처가 실제 실력과 무관하게 분위기에 편승해 고평가를 받은 측면도 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이 부메랑이 돼 바이오가 유독 철저하게 투자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코스닥 바이오 중 상장폐지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있었고, 임상 실패나 직원 횡령 사건 등으로 바이오 스스로 전반적으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 측면이 있다"며 "팬데믹 때 많은 바이오 기업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지만, 진단 외에 약속을 지킨 기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투자자들은 IPO나 M&A(인수합병)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다시 투자를 진행하는데 회수 시장이 막히면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감했다"며 "글로벌 주식시장의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 등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투자자 입장에선 엑시트 시장이 악화하면서 투자 자체를 계속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바이오 회사는 기술성평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해야 하는데, 최근 기술성평가 제도에 대해 시장 불신이 커지면서 IPO를 통한 엑시트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새해 바이오 투자수요 살아날까

"뿔난 개미들 돌아오게 하려면…" '암흑기' K바이오 생존법
새해 바이오 투자 심리는 개선될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새해 바이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새해 하반기부터 바이오를 포함한 성장 업종의 주가 회복이 일부 기대된단 평가도 나왔다.

또 전 세계 바이오 산업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물질의 도입과 연구개발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기회를 잘 포착하는 기업이 각광 받을 것이란 분석도 눈에 띈다.

구 대표는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6개월 간격으로 반복된다면, 벤처 투자 시장은 20년 사이클로 본다"며 "기본적으로 바이오벤처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활황이었을 때와 비교해 상상도 못 할 만큼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금리 환경에선 바이오 펀드에 출자하는 기업이나 벤처캐피탈 등이 이자율 영향으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바이오가 IPO를 수월하게 못하니 추가적으로 펀딩이 어려워지고 재투자가 막히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데 마땅히 눈에 띄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과거와 같이 바이오벤처를 창업만 하면 당연히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은 상당히 오랜 기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해 하반기부터 바이오를 포함한 성장주의 주가 회복이 일정 부분 기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투자를 받는 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새해 바이오 벤처가 좋을 거라고 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차세대 항체에 대한 좋은 임상 결과, 휴미라라는 세계 최대 의약품의 특허 만료, 더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혁신 등은 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당장 새해 바이오벤처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이야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글로벌 바이오 산업 지형 변화를 보면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상당히 좋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는 기업엔 큰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바이오벤처 살아나려면…

바이오벤처가 살아나려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예전 너도나도 바이오벤처에 뭉칫돈을 들고 찾아와 투자하던 때를 잊고, 낮아진 기업가치 등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바이오 IPO가 늘어나며 투자와 투자금 회수, 재투자의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정책 펀드 예산 확대를 통한 벤처 생태계 기여, 투자기관 간 거래를 뜻하는 세컨더리 마켓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

이 외에 국내 바이오벤처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글로벌 제약사가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시험이나 상업화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바이오 부활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황 대표는 "바이오벤처는 과거의 장밋빛 세상을 잊고 보수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투자자와 관계를 더 공고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인력, 특허, 데이터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적으로 바이오나 AI(인공지능), 2차전지 등 성장 업종에 대한 주식시장의 공매도 제한 등 조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IPO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은 시장에 맡기되 거래소에서 바이오의 코스닥 상장 문턱을 조금 낮추면 좋겠단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여러 바이오벤처가 지금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R&D(연구개발)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며 "무조건 해외에서 임상하겠다거나 2~3개 파이프라인을 모두 끌고가겠단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체력이 안 되는데 한 번에 여러 파이프라인을 갖고 모두 해외로 갈 수 없다"며 "한국에서 인종적 편차가 적은 적응증으로 임상을 설계하고 성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지 무조건 글로벌 임상이 좋다고 도전하면 버티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회사 운영비용 절감과 함께 정부 과제에 선정돼 보조금을 받는 식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의 IPO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금융이나 세제 혜택 같은 정책적 배려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다른 방법으로 투자기관 간 바이오 지분 거래 등 세컨더리 마켓을 조성하기 위한 출자 사업을 확대한다거나 정책 자금이 투입돼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모태펀드나 성장금융 등 정책 펀드 예산을 확대하면 바이오뿐 아니라 전반적인 벤처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 출자가 줄면서 투자기관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버텨야 산다"…신약개발 대부의 조언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금은 생존을 위한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일단 생존합시다. 존속해야 기업의 가치가 있습니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생존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선경(현 SK) 인더스트리생명과학연구소,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인투젠을 거쳐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신약연구실장, 혁신R&D센터장 등을 지냈다. 2016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기업인 티움바이오를 창업했다. 국내 최초의 합성신약 '선플라주'(항암·국산 1호)와 '앱스틸라'(혈우병·미국 FDA 승인) 개발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의 동료이자 조언자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기업에 위기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꽃을 피우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왜 우리가 이 회사를 차렸는지(신약개발), 지향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과제 지원금이 예년의 10분의 1로 줄어도 도전하고 기업가치가 기대에 못 미쳐도 투자를 받아야 한다"며 "감원, 임금 삭감 등 고정비를 줄이는 노력도 동반해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험에서 체득한 생존법이다. 꽃길만 걸어온 것처럼 보이는 김 대표에게도 암흑기가 있었다. 인투젠 재직 시절이다. 스핀오프 3년차가 되자 초기 투자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R&D(연구개발) 트렌드에 밀려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인력 구조조정, 임금 삭감 등을 통해 비용을 줄였고 당시 인투젠 대표는 살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김 대표는 매일 절박하게 정부 과제 문을 두드렸다. 긁어모은 돈으론 가장 가능성 있는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에 온 역량을 집중했다. 그게 바로 '앱스틸라'다.

인투젠은 2007년 SK케미칼에 흡수합병 됐다. 김 대표는 "인정에 의한 흡수합병이 아닌, 핵심 자산가치 증가로 인한 흡수합병"이라며 "그 시절이 회사가 단단히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깨달음은 티움바이오 창업 후에도 적용됐다. 티움바이오는 앱스틸라 개발을 주도한 경영진의 면면과 잇단 기술이전 성과로 설립 초기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투자 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낮든 높든 평가 가치에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제약·바이오는 돈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긴 호흡의 산업"이라며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해 우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티움바이오는 2022년 하반기 2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물론 최근의 어려움은 바이오벤처 혼자 노력한다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장 불확실성 증대, 금리인상 기조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다만 성과를 내기까지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바이오벤처는 위기를 버틸 체력이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제약 시장에서 후발주자인데 지금은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등으로 성장 산업인 바이오에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바이오벤처는 단기적으로 살아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 주도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나 연기금 펀드 기한을 연장하고 바로 돈을 회수하지 않는 등 방식의 지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벤처캐피탈(VC)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탈은 수익 창출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있다"며 "기준에 맞는 좋은 기업을 선정해 투자를 지속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산업이든 잘하는 기업은 있다"며 "투자가 어려운 시기란 걸 알지만 좋은 기업을 잘 선별해 투자하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력은 충분하니까요"…K바이오 솟아날 구멍 있다




"뿔난 개미들 돌아오게 하려면…" '암흑기' K바이오 생존법
바이오 업계에서 경쟁력의 척도로 꼽히는 기술수출 역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라는 글로벌 악재에 타격을 입었다. 2022년 초 에이비엘바이오의 조 단위 기술수출로 포문을 열었지만, 전년과 비교해 전체 수출 금액과 건수가 반토막났다. 외부 투자유치와 함께 바이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통로인 기술이전 문마저 좁아지면서 자금난이 가중됐다.

하지만 2022년 말 또 하나의 조 단위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며 바이오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주인공이다. 레고켐바이오가 수출에 성공한 기술은 글로벌 바이오 업계 기술 트렌드에 적합하단 평가를 받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꿈틀댄다. 최근 바이오벤처가 주도하는 M&A(인수합병) 움직임과 함께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기술수출 규모·건수 줄었지만 조 단위 기술수출 2건 '양보다 질'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바이오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6조720억원이다. 2021년 약 13조37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계약 건수 역시 30건에서 15건으로 줄었다.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은 최근 수년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018년 5조4000억원에서 2020년 1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2021년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기업 간 교류 감소를 극복하고 낸 성과다. 이 때문에 2022년 3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기술수출 달성이 기대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미국발 금리인상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대형 제약사들이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립했기 때문이다. 2022년 전체 투자 규모 및 계약 건수는 4년 전 수준으로 역행했다.

다만 단순 수치만으로 업계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전 세계적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양 보단 질'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기술수출 규모와 개수는 줄었지만 2022년 K-바이오의 연구 성과에 어느 정도 점수를 주는 이유다.

2022년 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끌어낸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사노피에 혈액뇌관문(BBB) 투과율을 높인 이중항체 플랫폼 적용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수출했다. 총 1조3000억원의 계약 규모 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9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사노피가 ABL301에 갖는 기대감이 크단 방증이다.

일반적인 기술수출 계약은 총 계약 규모의 일부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선지급한 뒤 개발 진행 경과에 따라 기술료를 늘려나간다.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보험을 드는 셈이다. 사노피가 1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계약금으로 지불한 이유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치료제 분야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가진 기술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2022년 말 레고켐바이오는 미국 암젠과 1조6000억원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ADC 플랫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5개 암종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항체와 약물을 묶어 치료 효과를 높이는 ADC 기반 항암제로 기대감이 높다.

ADC 항암제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업화에 성공한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공동 개발)의 ADC 유방암·위암 치료제 '엔허투'의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사망 위험률을 절반 이상 낮춰 화제를 모았다.

레고켐바이오 ADC 플랫폼 기술의 핵심은 약물을 체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체계다. 그 체계 자체가 기술인 만큼 특정 약물에 국한하지 않고 적용할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2015년 중국 포순파마와 계약을 시작으로 암젠까지 총 12개의 ADC 기술이전을 통해 누적 계약금 6조5000억원을 달성한 배경이다.

"뿔난 개미들 돌아오게 하려면…" '암흑기' K바이오 생존법

■ 그래도 지갑은 열린다…바이오벤처 간 M&A·자체 펀드 조성, 변화 시작됐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는 대형 기술수출을 통해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엔 지갑이 열린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새해 역시 바이오 업계를 향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이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역량을 갖춘 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고평가를 받던 기존 환경에선 옥석 가리기가 어려웠지만, 투자가 깐깐해진 최근 상황에선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제대로 된 투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활발해진 바이오벤처 M&A 기조도 향후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바이오 기업 간 M&A는 파이프라인 확충과 기술력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바이오 기업 간 M&A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글로벌 기업 또는 국내 대형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엔 바이오벤처가 외형 성장과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M&A에 나서는 사례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2년 7월 약 2조원을 투자해 미국 기업 메리디안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또 2022년 말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를 보유한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 헬릭스미스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동물진단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한 바이오노트 역시 현지 유통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스스로 주도하는 펀드 조성 움직임도 업계의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최근 레고켐바이오와 알테오젠, 펩트론, 수젠텍은 최대 5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비상장 바이오벤처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이 4개 회가 일부 금액을 출자하고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합류하는 형태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바이오벤처의 지분투자나 M&A가 수년 전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주요 바이오벤처가 기술수출 등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 등이 활발해진다면 IPO(기업공개)나 M&A 활성화 등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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