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 지켜야" vs "더 큰 해외 가야"..둘로 갈라진 클라우드 업계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 보안인증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행보에 국내 클라우드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IaaS(서비스형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CSP(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기업들은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 완화로 공공 시장이 민간 클라우드처럼 외국계 CSP에 장악될 것을 우려한다. 반면 SW(소프트웨어) 업계는 현 보안인증 제도가 국내 SW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저해하는 악성규제인 만큼 이참에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맞선다.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만 보호하려 하지 말고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고른 발전을 도모하려면 현행 규제가 대폭 손질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MSP(클라우드 관리서비스 업체)인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는 9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CSAP(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 제도는 국내 SW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CSAP 규제개편 과정에서 SaaS 기업들이 국내 공공시장에서 트랙레코드(납품실적)를 인정받아 해외로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KOSA(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추진협의회장을 맡고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보안 인증에 관한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를 진행 중이다. 국가·공공기관을 중요도에 따라 상·중·하 등급으로 나누고 이 중 '하' 등급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에는 현행 '하드웨어 분리 방식의 물리적 망분리 보안' 외에도 'SW 방식 논리적 망분리'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에 범용 클라우드를 허용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외국계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이에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 기업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기존 정부 방침에 따라 물리적 망분리 조치를 마친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달 초 클라우드산업협회 주최 회의를 통해 정부의 고시개정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AWS(아마존웹서비스), MS (마이크로소프트) 에저, GCP(구글클라우드플랫폼) 등 외국계 기업에 대부분 잠식됐다. 이에 공공시장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국내 CSP 기업들이 이번 고시 개정안에 위기감을 느낀다.


반면 이한주 대표는 "클라우드 산업을 생각할 때 인프라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SaaS 시장이 IaaS 시장보다 훨씬 크다"며 "현행 CSAP 제도가 IaaS 사업 위주 국내 CSP 기업에는 긍정적이나 국내 SaaS 산업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글로벌 트랜드와 달리 물리적 망분리 원칙을 고수해 SW기업들이 SaaS 솔루션을 공공에 납품하려면 민간·해외용 제품과 별도 솔루션을 개발하고 인증을 받아야해 비효율이 크다는 것. 따라서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국내 SaaS 솔루션의 공공납품이 용이해지고 트랙레코드(납품실적)를 확보해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된다는 것이다.

국내 CSP들이 국산 SW 채택을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일부 국내 CSP는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에 국내 SW기업들의 서비스가 아닌 과거 SI(시스템통합) 방식 구축형 솔루션만 올리려 한다"며 "국내 CSP들이 공공 점유율을 지키는 데 급급하기보다 해외 시장 동반진출 등 클라우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