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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더 글로리'가 다시 노출한 K 콘텐츠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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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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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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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훌륭한 작가, 적어도 많은 이의 공감을 얻는 작가는 자기 치부의 노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노출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주변의 눈치나 시선을 넘어설 때 나올 수 있다. 콘텐츠를 창작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K콘텐츠는 진짜 한류가 아니라며 진짜 한류를 보여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런 점을 간과한다. 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강조하며 요즘 K스타일이라는 말도 언급하는 그들에겐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바로 긍정적이고 밝은 면만 강조하는 점이다. 그것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국뽕'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한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의 치부조차 드러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서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계인 모두의 치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유는 한국의 모습이 세계에 부정적으로 알려질 것이 불안해서다. 물론 한국의 빈부격차나 금융 모순을 지적하는 외신들이 있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관찰되는 부의 양극화와 불균등 문제가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등을 주목하게 했다고 봤다. 사회적 이슈에 관해 세계적으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자 한국의 학교가 폭력이 난무한 곳으로 보일까 염려하는 이들이 있을 법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관해 세계적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슈는 바로 학교폭력(학폭) 고발이다. 태국에서는 이 드라마 때문에 학폭을 고발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마침내 대중적 인기스타가 학폭 가해자임을 자인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더구나 인상적인 점은 학폭의 핵심 원인 지적이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은 교사-학생의 문제도, '말죽거리 잔혹사'같이 학교-학생의 문제도 아니며 '일진' 시리즈처럼 조폭세력이 연계된 액션영화류도 아니었다. 원인이 부의 대물림과 그것의 확장욕망에 있음을 웅변한다.

그런데 드라마 '더 글로리'가 주목받는 것은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등은 물론 빈부격차, 양극화를 언급하지만 주인공이 문제에 관해 직접 능동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 '돼지왕'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은 검정교복 시대에서 양장교복 시대로 넘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주먹으로 대응하는 자력구제 방식이었다. 내밀한 학폭의 상처에 집중하는 '더 글로리'는 여성적 방식으로 직접 복수에 나서는데 이는 단지 개인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지만 계층적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둑이다. 자기 집을 확장해 상대방의 집을 허물고 자신의 집으로 만드는 놀이이자 게임을 학폭문제에 적용했다. 학폭이 무서운 것은 피해자들이 집을 만들 기회조차 철저히 파괴하고 가해자의 이익에 희생된다는 점이다.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장래 희망이 건축가였다는 설정인 이유다. '더 글로리'에서 그것을 용인하는 공간은 학교 시스템이지만 근본 토대는 부의 세습과 사회적 평판을 위한 가족주의였다. 그들만의 견고한 집이 다시 누군가의 집을 무너뜨려 버리므로 드라마는 집의 해체와 재건이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훌륭한 작품이라고 찬양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K콘텐츠가 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가다. 그 요인은 용기며 능동성, 그리고 이제 젠더다. 우리 스스로 민낯을 드러내며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화두를 던지는 것, 그것은 아시아에서 어느새 한국만이 할 수 있게 됐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한 불편한 진실을 대중적 수용력으로 전달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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