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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의 나라 참전론 얘기했던 처칠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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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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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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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윈스턴 처칠.
"신이 정하신 때에 신세계가 모든 힘으로써 구세계를 해방시키고 구출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1940년 6월 4일 영국 총리로 재임하던 윈스턴 처칠의 이른바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연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2차 세계 대전 개전 초기 처칠이 하원에서 했던 연설인데 중간에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로 시작해 상륙지·들판·거리 등을 싸움터로 언급하는 비장미 넘치는 대목이 유명하다.

마지막 대목도 처절한데 일견 황당한 측면도 있다. "이 섬(영국)이 정복당하고 굶주린" 상황을 가정하며 '신세계', 즉 남의 나라 미국이 참전한다고 처칠이 장담했다. 미국이 진주만에서 공습을 당한 뒤 2차 대전 참전을 선언하기 1년 6개월 전 연설인데도 그렇다.

1년 간 처칠을 두 번 떠올렸다. 우선 작년 1월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과 이재명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이를 '전쟁광'으로 공격했던 게 계기가 됐다.

처칠은 지도자가 그저 점잖거나 듣기 좋은 말만 앞세우는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해변' 연설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으로 자신과 영국을 몰아넣으면서 써낸 격문(檄文· 군병을 모집하거나, 적군을 달래거나 꾸짖기 위한 글)이다. 문제는 시기와 장소다.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유린하고 영국이 고립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처칠 연설은 '전쟁광 연설'로 치부됐을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 발언은 '미국 2차 대전 참전론'처럼 어떤 시점에서 진실로 판명날 문제일지 모른다. 우리 사절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 지정 등 이란의 실질적 보복은 없어 야당의 '외교 참사론'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다만 이란의 반발이 정부 주장대로 전적으로 '이란의 오해' 탓인지는 세심히 따져볼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300억 달러 투자 유치라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적(敵)' 발언은 아쉬움이 남는다. 주재국 정권 입지를 외교 관계의 변수로 보는 대사관들도 이런 소식을 접한다.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처칠의 맥락'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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