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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쪽방에선 입김·복도엔 고드름…재개발 셈법 뒤 목숨 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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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엽 기자
  • 하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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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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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7도 한파특보가 발령된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건물의 복도. 화장실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 고드름을 만들었다./사진=김도엽 기자
영하 17도 한파특보가 발령된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건물의 복도. 화장실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 고드름을 만들었다./사진=김도엽 기자
'공공주택사업환영'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가 한파특보가 발령된 25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골목의 한 건물에 붙은 종이에 큼지막한 글씨로 이같이 적혀있었다. 그곳에서 발자국 떨어진 골목 입구로 들어서는 3층짜리 건물에는 '토지 강제수용 결사반대, 서울역 동자동 정비계획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빳빳하게 걸려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한파가 찾아왔지만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사이에 둔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갈등이 길어지자 쪽방촌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동자동 한 쪽방 건물 화장실에는 '사용불가. 얼었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화장실에서 한 층을 내려간 반지하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쪽방이 있었다. 복도 벽 한편에는 화장실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얼어 고드름이 맺혔다. 조명 두 개만이 햇빛이 들지 않는 차가운 복도 일부를 밝히고 있었다.

동자동 쪽방촌은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두고 거주민과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공공임대 주택을 35% 이상 지어야 한다. 이에 비해 민간개발의 경우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15%(서울시 조례)다. 따라서 거주민들은 임대주택에 거주하기 위해 공공개발을,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민간개발을 희망한다.

동자동 공인중계자 A씨는 "동자동 5평짜리 원룸 기준 민간 임대 주택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월세는 70~80만원정도 될 것"이라며 "기초 수급자가 대부분인 쪽방촌 사람들이 들어가게 되는 공공임대주택 월세는 같은 조건에 월세 10~15만원으로 금액 차이가 꽤 있는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쪽방촌 거주민 대다수가 개발만큼이나 추위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개발보다는 당장의 겨울나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건물 3층에 사는 박모씨(65)는 1평 남짓한 방 안에서 패딩 점퍼를 포함해 3~4겹의 옷을 껴입고 있었다. 박씨는 "난방이 있으면 뭐하냐. 돈 10만원이 없어서 방에 불을 못 땐다"며 "개발이 아니라 샤워실에 온수나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내부. 쪽방 거주민 문모씨(70)가 전기장판을 켠 채 옷을 세네겹 껴입고 반코팅 장갑을 끼며 추위를 버티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2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내부. 쪽방 거주민 문모씨(70)가 전기장판을 켠 채 옷을 세네겹 껴입고 반코팅 장갑을 끼며 추위를 버티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다른 쪽방 건물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취재진이 찾은 또다른 쪽방 건물은 대문이 따로 없어 바깥의 바람이 그대로 복도로 들어왔다. 이 건물 2층에 거주하는 문모씨(70)는 "화장실이 얼고 물도 찬물밖에 안 나와서 가까운 복지관에 가서 씻는다"고 말했다.

문씨의 방 안에서 대화를 하는 중에도 복도의 냉기가 문 틈새로 들어왔다. 전기장판으로 바닥을 데웠지만 문씨가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새어 나왔다. 그는 "공공개발이나 민간개발이나 자기들 이익 챙기려는 거다"며 "우리(쪽방 거주민)같은 사람들은 내 몸 드러누울 장소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거주민들은 서둘러 공공개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쪽방촌 거주민 신용철씨(69)는 "공공개발을 해야 우리 같은 사람이 갈 데가 조금이라도 있다"며 "재개발 기다리다가 먼저 얼어 죽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자동 주민협동회 관계자는 "거주민들은 공공개발을 찬성하는데, 작년에 민간개발을 지지하는 쪽에서 안을 내서 국토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며 "갈등이 지속되면서 혹서기, 혹한기가 몇 번 반복되고 있지만 동자동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토지와 건물주들은 '민간개발로도 거주민을 위한 쪽방 공공임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정자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 내부에서도 쪽방 거주민의 주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라며 "열악한 환경에 처한 거주민을 위해서도 서울시, 국토교통부와 계속 협의중이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 공공개발을 찬성하는 측(왼쪽)과 민간개발을 찬성하는 측(오른쪽)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인쇄물을 건물 밖에 걸어두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 공공개발을 찬성하는 측(왼쪽)과 민간개발을 찬성하는 측(오른쪽)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인쇄물을 건물 밖에 걸어두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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