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통계 내라" 인권위 권고…관계부처 '불수용'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1년 5월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신촌점 광장에서 열린 2021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아이다호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오소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성소수자가 정부의 정책 대상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인구 규모 등 실태를 파악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26일 국가승인통계조사와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고 성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으나 관계부처가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 통계청장은 부처 실태조사의 모집단이 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 정체성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고 있는데 표본이 적어 성별 정체성 등을 조사하는 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통계청장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조사항목에 대한 응답 거부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현장조사 가능성·조사 불응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인권위는 통계청이 관리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조속히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통계청장은 "2026년부터 적용되는 KCD 9차 개정의 고시(2025년 7월)에는 반영이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의 인구학적 규모와 요구를 파악해 국가정책 수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트랜스젠더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반영해 트랜스젠더를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천명한다"며 "국가의 각종 정책에서 사회적 소수 집단이 배제되는 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해당 집단의 규모와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