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 후보 기준 뭔가"...이복현 금감원장 언급 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27일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숏리스트) 선정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연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숏리스트 선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후보군 선정 기준과 일정 등 임추위 절차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 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롱리스트(1차 후보군)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된 건지, 숏리스트 기준이 무엇인지, 결국 일주일 만에 다 결정이 나는 건데 평가에 필요한 적정 시간이 확보되고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둘러싼 '관치' 논란에 대해 의견을 묻자 "특정 인물에 대해 말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며 한 답변이었다. 임 전 위원장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도 우리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의견과 우려는 가감없이 표한 셈이다.

이 원장은 특히 "어느 분이 (회장을 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정신과 취지, 다른 선진 금융기관을 보유한 나라를 보면 이사회에서 경우에 따라 회장 (선정)도 유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먼저 우리금융 임추위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면밀히 검증, 평가해야 한다는 일반론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 18일 내부 인사 5명과 외부 인사 3명 등 8명을 롱리스트로 선정했고 이날 숏리스트 발표를 예고했다. 9일 만에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이 완료되는 셈이다. 임추위의 롱리스트 선정 과정에선 후보자 자격을 CEO(최고경영자) 경력자로 사실상 제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금융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으로 우리금융 임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숏리스트 선정 일정이 얼마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원장이 임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회장 도전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관치, 낙하산 이슈에 대한 부담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고심 끝에 후보직 수락 의사를 밝히고 출사표를 던진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우리금융노조 협의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우리금융이 모피아(옛 재경부 영문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스럽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모처에서 2~3명의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연다. 1차 후보군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 5명이 포함됐다. 외부 후보군에는 임 전 위원장과 함께 우리금융 출신인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외부 인사로 롱리스트에 포함됐던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고사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