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20년간 주인없이 안주"…비판 쏟아낸 행동주의 펀드

KT&G본사 전경 서울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제안을 거절한 KT&G에 비판을 쏟아냈다. 주주환원 계획에 실효성이 부족하고 제안의 핵심인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일반 주주들의 의사까지 모아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KT&G와 행동주의 펀드 간 본격적인 힘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안다자산운용은 주주제안을 배제한 채 발표한 KT&G의 미래 성장전략에 대해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KT&G는 2027년까지 3조9000억원을 투자해 궐련형 전자담배, KGC인삼공사의 건강기능식품, 해외 판매 궐련을 3대 성장 축으로 매출 10조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주주환원 계획으로는 올해 자사주 매입 3000억원, 배당 5900억원 등 총 9000억원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반기배당을 실시하고 내년 이후에도 꾸준히 배당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안한 KGC인삼공사의 인적 분할 후 상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주주들의 실익이 적다는 이유다.

안다자산운용은 "KT&G는 KGC가 분할 상장하면 시너지가 사라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KGC는 현재도 독립된 자회사로 있기 때문에 상장한 이후에도 KT&G와의 협력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KT&G는 여전한 최대주주로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KGC는 지속적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우수한 회사로 기업가치는 최소 2조원 이상 인정받을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하는데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적 분할은 물적 분할과는 달리 주주가 분할된 회사의 주식을 분할 비율만큼 받을 수 있다. KGC를 KT&G에서 인적 분할한 뒤 상장할 경우 주주들은 KGC 주식을 받을 수 있고, 시장에서 KGC의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나면서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행동주의 펀드의 입장이다.

주주환원 계획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소각이 동반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은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변화가 없어 주주가치 제고에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역시 KT&G의 성장전략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FCP는 KT&G에 △KGC 분리상장 △주주환원 정상화 △주당 배당금 1만원 등의 주주제안을 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KT&G는 주인 없이 20여년을 안주했다"며 "주주를 무시하는 악습은 올해를 끝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다른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장을 받아 올해 주총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이다. 안다자산운용은 "회사 주주명부를 확보해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모아 경영진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